삼성백주년기념관, LG포스코관, 동원글로벌리더십홀, 하나스퀘어…. 최근 지은 교내 건물은 모두 기업의 이름을 머리에 달고 있다. 대학의 기업화라는 화두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나열하고 보니 대학이 기업의 경쟁 시장으로 전락한 듯한 모양새다. 이번에는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경영관을 지어준다고 나섰다. 현차관(현대자동차관)이라는 별칭이 생긴 이 건물은 현재 사범대가 학생회실과 과방으로 이용하는 자치 공간이다.
근거지를 잃게 된 사범대 학생들은 크게 반발한다. 경영대를 위한 건물은 이미 3개 동이나 있는데 사범대 학생이 사용하는 건물까지 내놓으라니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 기업에 대한 반감도 심해지자 학교는 “사라지는 공간을 대체할 교내의 다른 공간을 마련해 주겠다. 사범대 학생들과도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학교가 말한 교내의 다른 공간인 학생회관은 이미 포화상태라 공간 확보 경쟁이 계속되는 곳이다. 사범대학생회까지 여기에 밀어넣겠다는 것은 대안 공간을 제공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보인다. 대화의 기회도 기말고사 기간, 그중에서도 가장 시험이 많이 몰려 있는 화요일과 수요일에 마련됐다. 의구심이 든다.
한편 경영대생들은 사범대생들의 반발과 관계없이 설렌 듯하다. 많은 경영대 재학생, 졸업생이 자발적 기부금을 낸다. 특히 기부금에 대한 보답으로 신경영관 계단에 이름을 새겨준다고 하자 1학년도 마치지 않은 10학번까지 동참했다. 대학 기업화의 영향이 단과대 간 계층을 나누는 것도 모자라 학생을 분열시킨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선배들이 세우고 지킨 자유 정의 진리의 가치는 기업 논리의 확장과 취업 걱정 앞에서 사그라지고 만 것 같다.
정미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