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용인 구성점과 코스트코 서울 양재점은 '신라면 가격전쟁'을 벌였다. 두 매장이 서로 값을 내리면서 30개들이 1박스에 1만6000원 안팎이었던 신라면 가격이 7990원까지 떨어졌다. 라면 전쟁은 16일 두 매장이 1만6490원으로 나란히 가격을 올리며 막을 내렸다.
이에 앞서 한판당 1만1500 원에 내놓은 이마트 피자를 놓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문용식 나우콤 대표가 한밤의 '트위터 설전'으로 화제가 된데 이어 롯데마트가 이달 들어 1마리당 5000 원짜리 '통 큰 치킨'을 판매해 거센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롯데마트 치킨과 관련해서는 정진석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이 '미끼 상품' 아니냐는 지적을 해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유통업체가 자주 쓰는 미끼 상품 전략을 들여다봤다.
미끼상품은 유통업체가 고객 유인을 위해 통상적인 가격보다 큰 폭으로 싸게 파는 제품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로스 리더(loss leader)'라고 하고 통상적으로 '가격파괴상품' '특가상품' 등으로 불린다.
유통업계에서는 통 큰 치킨이 '확실하고' '효과적인' 미끼상품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내점 고객이 적은 오전 시간에, 주부는 물론 손자, 손녀를 위한 치킨을 사려는 노년층까지 매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한 미끼상품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롯데마트 측은 "통큰치킨이 판매된 1주일(9일~16일)동안 매장을 방문한 고객 숫자가 그 전주에 비해 10% 가량 많았다"고 밝혔다. '통큰'이라는 용어가 가격파괴 상품의 대명사가 되면서 롯데마트는 쾌재를 불렀다는 후문이다.
신세계 이마트의 '이마트 피자'도 효율적인 미끼상품의 하나다. 이마트에선 크기에 비해 가격이 싼 피자를 사기 위해 오전부터 줄을 길게 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김은하 씨(32·서울 은평구 진관동)는 "주문해놓고 1~2시간 후에 찾아가야 하니까 그 시간동안 아무래도 쇼핑을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라면, 화장품에서 TV까지, 진화하는 미끼상품
롯데마트는 3월 개당 290원짜리 초밥을 1주일간 판매한 적도 있다. 주 원료인 생선회를 태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 직소싱해 정상 판매가격의 절반 수준에 선보였다.
●소비자에 이익이지만 부작용도
미끼상품은 소비자가 평소 가격을 알고 있을 때 효과가 배가된다. 홈플러스 마케팅부문 원정희 팀장은 "고객이 가장 원하는 상품이 미끼상품의 기준"이라며 "소비자에게 익숙한 상품을 얼마나 저렴하게 판매하느냐로 대형마트 전체의 가격이미지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삼겹살 가격을 두고 '10원 전쟁'을 벌인 것도 결국 소비자를 끌어드리려는 전략이었다. 1개를 사면 1개를 끼워주는 이른바 1+1도 전형적인 미끼상품 전략의 하나다.
일정 기간 판매하는 미끼상품은 공정거래법에서도 판촉 전략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행위로 구분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물건값이 싸지면 이익이다. 하지만 통큰치킨 사례처럼 경쟁 판매자가 영세상인 등 특수한 상황이라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