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연휴에 한파가 몰아쳐 서울 기온은 영하 16도까지 내려갔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가 더워져 생기는 문제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니 혼란스럽다. 혹한으로 은행의 전산센터 냉각기가 동파해 전자거래가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자식 같은 가축들과 생이별하면서 구제역 확산을 막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농촌에서는 소독용 분무기가 얼어붙어 더 힘들었다. 이번 12월 서울 혹한은 영하 16.2도를 기록한 1980년 12월 29일 이래 30년 만의 최저 기록이다.
▷지구촌 북반구의 올겨울 날씨는 이미 11월 이후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기후변화 재앙을 다룬 영화 ‘투모로우’를 연상케 했다. 영국에는 17년 만의 최악인 25cm의 폭설이 내렸고 영하 18도라는 11월 최저기온 기록도 나왔다. 중국도 예년보다 10도 낮은 영하 45도의 한파와 폭설을 겪었다. 남한의 기상관측 이래 최저기온은 1981년 1월 5일 경기 양평의 영하 32.6도였다. 오늘 낮부터 추위가 풀린다지만 1월에도 두세 차례 강한 추위가 올 것이란 예보다.
▷올겨울 한파는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극진동이 약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북극진동은 북반구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이 진동이 온난화 때문에 약해지면서 북극 한기가 더운 공기에 밀려나 북반구 중위도까지 한파가 몰아닥친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한파를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장기간 추세에 비추어 기후변화의 양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는 이상기후가 유난히 잦다. 1월 4일에는 1937년 적설량 관측 이후 중부지방에서는 가장 많은 25.8cm의 폭설이 내렸다. 봄에는 1973년 이후 최대 강수일수(34.7일)와 최단 일조시간(평년 대비 77%)을 보였고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다. 가을에는 서울 도심을 마비시킨 9월 21일 폭우(259.9mm)도 있었다. 한반도의 지난 100년간 연평균 기온은 1.5도 상승했으며 2100년에는 현재보다 4도 더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기후변화의 재앙을 알리는 서막이 아니기를 바란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