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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樂民之樂者는 民亦樂其樂하고…

입력 | 2010-12-28 03:00:00


맹자는 齊나라의 離宮(이궁)인 雪宮에서 宣王(선왕)과 대담하면서, 백성의 윗사람이 되어 백성을 구휼하지 않아 백성과 함께 즐거워하지 못한다면 백성들은 윗사람을 비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곧, 與民同樂, 與民偕樂(여민해락)의 정치 이념을 강조한 것이다. 맹자는 그 이념을 다시, 군주는 온 천하의 사람들과 함께 근심하고 또 온 천하의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한다는 뜻의 憂樂天下(우락천하)라는 말로 표현했다.

樂民之樂에서 앞의 樂은 술어동사, 民之樂은 그 목적어인데, 목적어가 다시 주어 民과 술어 樂으로 이루어져 주어와 술어를 연결하는 之를 사용했다. 아래의 憂民之憂도 짜임이 같다. 民亦樂其樂의 其는 군주를 가리킨다. 憂其憂의 其도 그러하다. 樂以天下는 온 천하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한다는 말, 憂以天下는 온 천하 사람들과 함께 근심한다는 말이다. 그 두 어구를 합하고 줄여서 憂樂天下라고 한다. 然而는 ‘그러고도’이다. 不王의 王은 동사로, 왕 노릇 한다는 뜻이다. 未之有也는 이제까지 그런 일이 있지 않았다는 말로, 之는 앞에 나온 然而不王者를 가리킨다.

맹자는 현명한 군주라면 천하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천하 사람들과 함께 근심한다고 했는데, 북송 때 명재상 范仲淹(범중엄)은 ‘천하 사람들보다 앞서서 천하의 근심을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보다 뒤에 천하의 즐거움을 즐거움으로 삼는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고 했다. ‘岳陽樓記(악양루기)’에 나오는 말로, 현재 악양루의 일층, 이층, 삼층에는 각각 서체를 달리해서 쓴 그 글을 걸어두고 있다. 재상으로서의 책임의식을 잘 표현한 말인데, 현재의 위정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기도 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