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콘서트 ‘달인’ 3인방 김병만·류담·노우진과 함께 한 여기자들의 수다달인의 스승은 리얼!…“진짜로 하니 통하더군요”“이번주만…” 버티자는 각오 3년 장수코너 비결술자리서 대화하고, 생활속에서 아이디어찾고이제는 눈빛만 봐도 척척!…“호흡의 달인 됐죠”
2007년 11월에 시작해 어느덧 3년을 넘긴 KBS 2TV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최고 인기 코너 ‘달인’. (왼쪽부터) 노우진, 김병만, 류담이 이끄는 ‘달인’은 세 사람에게 인생의 전환점이자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내가 받은 상은 나 혼자만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고 ‘달인’, 그리고 ‘개그콘서트’가 잘해서 받은 상입니다. 가장 나이 많은 형인 제가 동생들을 대신 해서 받은 것 뿐입니다.” 25일 열린 2010 KBS 연예대상.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이었지만 이날 개그맨 김병만(35)이 꼭 쥐고 있던 트로피와 수상 소감은 대상보다 빛났다. 그의 옆에는 김병만과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 류담(31), 노우진(30)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10년 예능 프로그램의 주류로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등장하면서 정통 개그 프로그램들이 설 곳을 잃어갔다. 한때 예능 프로그램의 주역이던 개그맨들은 이제 ‘꿈’이 아닌 ‘생활’을 고민하게 됐다. 이들에게 ‘달인’은 새로운 희망이고 꿈이다. 또한 개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몸으로 희망을 얘기하는 최고의 이야기꾼들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우리를 울고 웃게 해 준 ‘달인’ 3인방 김병만, 류담, 노우진을 스포츠동아 여기자들의 수다에 초대했다.
● 3인방이 말하는 ‘달인’ 수련 기간 3년
이정연 기자(이하 이 기자) : 어느덧 ‘달인’이 3년이 넘긴 장수 코너가 됐다.
김민정 기자(이하 김 기자) : ‘달인’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김병만 : 몇 주 앞을 내다보며 기획하지 않는다. 아이템 하나에 집중한다. 다음 주에 ‘달인’이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한다. 그래야 최대한 집중할 수 있다. ‘이번 주만, 이번 주만’이라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3년이 지났다.
류담 : ‘달인’에는 진실성이 있다. 지금까지 대략 225여개의 달인을 소개한 것 같다. 한 번도 눈속임을 하지 않았다. 까나리액젓도 색이 비슷한 액체로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진짜로 한다. 시청자가 몰라줘도 우리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지 않나. 그렇게 안하면 개그에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 기자 : 그러고 보니 ‘달인’ 캐릭터도 변화를 거쳤다.
류담 : 나도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다.(이 말에 동료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처음에는 진행자에게 달인이 반격할 요소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살을 찌워 돼지로 만들었고, 그걸 개그 요소 삼아 달인과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 눈만 봐도 ‘척척’, 호흡의 달인들
김 기자 : 세 사람의 일주일 시간표가 궁금하다.
노우진 : 각자 개별 행사가 있는 시간을 빼고는 똑같다. 월화요일은 1, 2차 아이템 검사, 수요일은 녹화, 목금은 아이템 회의. 가족, 연인보다 얼굴을 더 자주 보는 사이다.
김병만 : 우진이와 10년, 담이는 9년 됐다. 10년 가까이 알고 지냈으니 무대에 올라가면 눈만 봐도 어떤 리액션을 할지 감이 온다. 싸울 일? 물론 생긴다. 하지만 서로 미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불편해 코너하기 힘들다. 셋 다 술을 좋아해서 분위기가 좀 안좋으면 술판부터 벌인다. 그러면 마음도 풀고, 아이디어도 나온다. 그게 우리 팀의 장수 비결이다.
김 기자 : 늘 술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는 없지 않은가.
류담 : 아이디어의 시작은 “형, 이거 할 수 있어?”로 시작한다. 어딜 가나 신기한 것이 있으면 병만형한테 ‘할 수 있냐’ 물어본다. 한 번도 못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워낙 운동 신경이 좋고, 균형 감각도 좋기 때문에 이제 우리가 원하는 수준도 하나씩 올라간다.
김병만 : 생활이 곧 아이디어다. 옆에 도자기가 있으면 도자기 공예 하시는 분을 찾아가 명함을 얻어 온다. 길을 가다 어린 아이가 줄넘기를 하고 있으면 그게 곧 ‘달인’의 아이템이 된다.
이 기자 : 그동안 소개한 아이템 중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도 많겠다.
김병만 : 트램블린! 제일 오래 연습한 아이템이었는데 본 녹화 때 잘 안됐다. 연습을 선수용 트램블린으로 했는데 무대에서 어린이용으로 했더니 연습한만큼 나오지 않아서 굉장히 속상했다. 웅장해 보였어야 하는데. 서운함 곱하기 232였다.(웃음)
김 기자 : 달인과 제자인 김병만과 노우진에 비해 진행자 류담이 상대적으로 편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류담이 멋쩍게 웃자 시종일관 웃던 김병만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김병만 : 담이가 편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어려운 캐릭터다. 우리는 이미 시험을 거쳐 뽑힌 개그맨이다. 웃기는 일에는 정평이 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마음껏 웃길 수 있도록 받쳐주는 개그는 쉽지 않다. 코너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담이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 ‘달인’, 그리고 김병만·류담·노우진
이 기자 : 언젠가는 ‘달인’도 막을 내려야할텐데 다음 코너에서도 호흡을 맞출 예정인가.
류담 : ‘달인’을 하면서 새로 짰던 코너가 30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물론 세 명이서 함께 한다는 전제다. 새 코너도 ‘달인’ 같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호흡으로 역할과 분장을 달리하면 완전히 다른 코너가 탄생할 수 있다.
김병만 : 아무리 웃긴 개그맨도 모든 사람과 호흡이 맞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신인이 대거 나오면 선배들은 호흡을 맞출 후배, 동반자를 찾는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다.
김 기자 : 그렇기 때문에 ‘달인’은 세 사람 모두에게 각별할 듯싶다.
노우진 : 사실 처음에는 ‘달인’을 하고 싶지 않았다. 존재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고 내가 코너의 메인이 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달인’을 통해 이제야 개그를 배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인’은 내 개그 인생의 스승이다.
류담 : ‘개그콘서트’의 최장수 출연자라고 해도 될 만큼 오래 출연했다. 하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래서 내 길이 맞는가 고민한 적도 많았다. 그 때 만난 ‘달인’은 류담이라는 개그맨의 존재를 알게 해 준 코너다.
김병만 : ‘달인’을 하면서 많은 고민들이 한 순간에 해결됐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늘 앞만 보면 달렸던 나에게 뒤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 줬고, 후배들도 살필 수 있는 눈을 줬다. ‘달인’은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과 같은 존재다.
■ 달인 3인방 프로필
● 김병만
1975년생으로 2002년 KBS 17기 개그맨 공채. 다부진 체력과 함께 태권도, 합기도, 쿵푸, 기계체조 등 특기를 바탕으로 ‘달인’ ‘무림남녀’ ‘불청객’ ‘풀옵션’ 등의 코너를 선보이며 슬랩스틱 코미디를 이끌었다. 연기에 대한 재능도 뛰어나 드라마 ‘종합병원’ ‘친구, 우리들의 전설’ ‘다함께 차차차’와 영화 ‘조폭마누라 3’ ‘선물’ ‘서유기 리턴즈’ 등에서 감초 역할로 출연했다. 학구열도 강해 현재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
● 류담
1979년생. 2003년 KBS 18기 개그맨 공채. ‘개그콘서트’에서 ‘고음불가’ ‘달인’ 등 인기 코너 출연. 상대의 개그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선덕여왕’에서 이문식과 함께 콤비로 코믹 연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고, 최근 종영한 ‘성균관 스캔들’에도 출연하며 연기자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 노우진
1980년생으로 ‘달인’의 막내. 2005년 KBS 20기 개그맨 공채. ‘개그콘서트’와 ‘폭소클럽 2’ 등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달인’에서 김병만의 2% 부족한 수제자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비엠엔터플랜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