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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장택동]권익위원장 6개월째 공석… 軸없는 ‘공정사회’

입력 | 2010-12-28 03:00:00


올해가 불과 나흘밖에 남지 않은 27일까지도 국민권익위원회는 새해 업무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계획을 보고한 뒤 지적사항 등을 반영해 업무계획을 확정해야 하지만 15일로 예정됐던 업무보고가 새 위원장 취임 이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6월 30일 이재오 위원장(현 특임장관)이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뒤 장관급인 권익위원장 자리는 6개월째 비어 있다. 현 정부 들어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해 출범한 권익위는 국민의 고충과 민원 해결, 공직사회의 부패 예방과 규제, 청렴한 공직 풍토 확립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로 삼고 있는 ‘공정사회’ 구현과도 직결되는 역할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치권은 그동안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8·8 개각 당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권익위원장도 임명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잠시 나왔다가 사라졌고, 요즘 개각 이야기가 나오면서 하마평이 돌고 있는 정도다. 그나마 ‘권익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위원장 임명이 시급하다’는 차원이 아니라 ‘누구를 챙겨주기 위해 권익위원장에 앉히자’는 수준의 이야기가 많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6일 “수장이 없어도 기관이 운영된다면 권익위는 필요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권익위는 정책의 수립·집행보다는 민원 해결을 위주로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부처보다 수장 공백에 따른 업무 차질이 크지 않다. 하지만 권익위가 열정을 갖고 추진했던 주요 정책들은 ‘올 스톱’된 상태다. 이 전 위원장 시절 추진됐던 고위 공직자의 개인별 청렴도 평가제도 도입 이야기가 쑥 들어갔고, 공익신고자보호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권익위 관련 주요 법안들도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

권익위 직원들은 조직의 사기와 활력이 떨어진 것이 더 문제라고 토로한다. 수장이 없으니 누구도 새 아이디어를 내려 하지 않고, 정부 내에서 ‘잊혀진 부처’가 돼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권익위원장을 6개월씩이나 공석으로 둔 것은 현 정부가 권익위를 중시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게 아니라면 권익위가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뒷받침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권익위 수장의 ‘장기공백 상황’부터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

장택동 정치부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