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태 이후 단계적 통일론에 바탕을 둔 통일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 대해 “역사상 국민의 변화를 거스를 수 있는 어떤 권력도 없다” “머지않아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정일 개인 지배의 전제(專制)체제인 북한 내부에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이 같은 반(反)자유 반민주 독재체제가 주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체제로 바뀌기를 희망하는 발언이다.
통일부는 내년도 업무계획을 ‘바른 통일준비’에 초점을 맞추어 짜고 있다고 들린다. 북한의 변화를 소극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북한의 내부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무현 정부 때 편성됐던 2008년도 통일부 예산과 내년도 통일부 예산은 내용에서 차이가 크다. 북한 정보수집 및 정세분석 예산은 5억여 원에서 117억여 원으로 20배 넘게 증가했다. 통일 대비를 정책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은 4배, ‘북한 바로 알리기’를 위한 통일교육 예산은 3배 넘게 늘었다. 통일부는 통일 재원(財源) 마련과 통일에 대비한 주변국 공조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북한 상황은 김정일의 건강 이상에다 3대 후계세습과 경제난에 대한 주민의 반감으로 예사롭지 않다. 언제 닥칠지 모를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통일을 앞당기는 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분단 상태의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 위장평화”라면서 “통일은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고 한반도 전체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무리한 북한의 붕괴나 흡수 통일을 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친북좌파가 사실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조속한 통일을 바라지 않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소원해온 통일은 어떤 것인가. 자유민주 체제와 전제세습왕조 체제를 결합하는 통일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햇볕정책 숭배자들은 남북 간 교류와 협력만이 가장 이상적인 통일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정일 집단은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며 동족을 향해 공공연하게 핵 위협을 거듭하고, 개혁 개방과 민주화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의 ‘대북 퍼주기’로 김정일 체제의 공고화를 도운 것도 모자라 김정은 3대 세습까지 방조한다면 역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통독 현장을 지켜본 염돈재 전 주독일 공사(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는 “독일 통일은 교류 협력에 근거한 서독 사민당 정부의 동방(東方)정책이 아니라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서독 기민당 정부의 적극적인 통일정책이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