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농구가 대세다.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2010∼2011시즌 프로농구에서 수비력을 앞세운 팀들이 3강 체제를 형성하면서 “관중을 불러 모으는 건 공격이지만 승리를 부르는 건 수비다”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금언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팀별로 23, 24경기씩 치른 27일 현재 선두권에 올라 있는 세 팀은 단독 선두 전자랜드와 공동 2위 동부, KT. 세 팀은 평균 실점으로 따지는 수비력 순위에서 모두 3위 이내에 들어 수비 잘하는 팀이 곧 강팀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질식 수비’, ‘짠물 수비’ 등으로 불리며 수비 농구의 대세를 이끌고 있는 동부는 10개 팀 가운데 가장 적은 평균 76.1점만 넣고도 유일한 60점대 평균 실점(68.7실점)의 막강 수비를 앞세워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비가 받쳐주지 않으면 득점을 아무리 많이 해도 힘들다는 건 삼성과 LG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삼성은 득점 선두인 애론 헤인즈를 비롯한 막강 화력으로 평균 득점 1위지만 팀 성적은 공동 2위에 3경기 차 뒤진 4위로 중위권이다. 경기당 평균 82.8점을 허용하면서 수비력이 9위에 처져 있기 때문이다. LG의 팀 순위도 공격력 순위(3위)보다 수비력 순위(8위)에 더 가까운 7위다.
수비가 강한 팀이 왜 잘나갈까. 우지원 SBS-ESPN 해설위원은 “수비를 잘하면 수월한 공격으로 이어져 득점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지만 공격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서 수비까지 절로 강해지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이유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은 또 “웬만큼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뛰는 프로의 경우 공격력에서는 상하위 팀 간에 큰 차이가 없지만 수비는 그렇지 않다. 수비력 차이가 곧 성적 차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평균 득점에서 1위 삼성과 최하위 동부는 8점 차이가 나지만 평균 실점에서는 1위 동부보다 최하위 모비스가 15.9점이나 더 많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