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때 송진우(44)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9월 은퇴 경기를 치렀다. 한결같이 마운드에 서 있을 것 같았던 ‘이글스의 전설’은 “21년 만에 처음으로 훈련하지 않고 겨울을 보내는 게 어색하다”고 했다. 그는 석 달 후 일본 요미우리로 코치 연수를 떠나 10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한국에 없는 동안 또 한 명의 ‘무쇠 왼팔’ 구대성(41)이 한국 무대를 떠났다. 선수협, 성구회 등 야구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쳤던 양준혁(41)도 은퇴했다. 27일 만난 그는 “이제 정말 다 떠난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 어쩔 수 없지 않나. 하지만 훌륭한 후배들이 공백 없이 잘해 주고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27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진우 한화 신임 투수 코치. 그의 현역 시절 별명은 ‘송골매’였다. 송 씨이기 때문에 지어진 별명이지만 그는 실제로 ‘매의 눈’을 가졌다. 후배들 에게 가장 가르쳐 주고픈 노하우도 상대를 압도하는 강렬한 눈빛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코치 송진우
송진우(왼쪽)는 올해 3∼10월 일본 요미우리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다. 송 코치 옆은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다승(400승) 기록을 보유한 가네다 마사이치. 송 코치 역시 한국프로야구 최다승(210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그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에 대해 묻자 난감해했다. 그는 “최근에는 SK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훈련이 추세이긴 하지만 자율적이든 스파르타식이든 각각의 장단점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지도자를 보면서 생각이 계속 바뀌지만 결국 정답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꼴찌 한화
하지만 송 코치는 “일단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일본에 있는 동안 한화는 또다시 꼴찌를 했다. 창단 후 처음 2년 연속 꼴찌라는 수모를 당한 친정팀. 송 코치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송 코치는 “후배들의 정신력이 많이 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걸음걸이만 봐도 선수의 상태를 아는데 후배들에게서 나약함이 많이 느껴져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이 자신에게 꼭 배웠으면 하는 것으로 ‘강렬한 눈빛’을 꼽았다. 그는 “마운드에 섰을 때 내가 최고이고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상대방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런 자신감은 노력의 결과다. 그는 현역 시절 ‘남들 쉴 때 훈련하고 남들이 1시간 훈련할 때 2시간 하며’ 정상에 올랐다.
내년 1월 3일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지도에 들어가는 송 코치는 “지금이 그동안의 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유로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송진우 신임 코치에게도, 2년 연속 꼴찌로 추락한 한화 후배들에게도.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송진우는
▽1966년 2월 16일 ▽증평초-세광중-세광고-동국대 ▽1989년 빙그레(현 한화) 입단, 2009년 은퇴 ▽통산 최고 기록: 210승, 3003이닝, 163선발승, 153패, 1만2798타자, 4만9024투구, 2048탈삼진, 272피홈런, 1155피볼넷 ▽최고령 기록: 노히트노런, 완투승, 완봉승, 등판, 승리, 패전, 세이브, 홀드 ▽기타 기록: 투수 최초 끝내기 안타, 5번째 데뷔전 완봉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