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저출산에 관심 저하… 인원제한 쿼터제 시행
새 부모를 애타게 찾는 아동은 늘어나는 데 반해 이들을 입양하려는 가정이 줄면서 위탁시설과 위탁가정에서 ‘추운 겨울’을 나는 입양 대기 아동들이 증가하고 있다. 전년도 입양 아동 수의 90%로 제한하는 국외입양 쿼터제를 도입한 이후 해외입양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정도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입양을 외면하고 있다.
○ 경기 불황, 저출산 탓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입양특례법 지정 입양기관을 통한 입양 성사 아동은 2005년 3562명에서 4년 만인 지난해 2439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입양쿼터제로 조기 마감된 국외입양 아동을 제외하면 국내입양 아동은 671명에 그쳤다.
국내 가정으로의 입양은 2005년 1461명, 2006년 1332명의 실적을 보인 뒤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지난해 1314명으로 떨어졌다. 입양 대기 아동들의 일시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사회복지회 이현희 국내입양부 차장은 “아이들이 여름철 무더위로 질병에 걸릴 수도 있는데, 올여름 입양 가정을 구하지 못한 아이들이 늘어나 안타까웠다”며 “지금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입양 대기아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사회복지회의 영아일시보호소에서 영아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입양 신청은 기혼가정의 경우 25세 이상이면서 아동과의 연령차가 60세 미만이면 가능하고, 독신가정은 35세 이상, 아동과의 연령차가 50세 이하이면 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쿼터제, 홀딩제로 국외입양 감소
전체 입양실적이 떨어진 데는 정부의 국외입양아동 제한정책의 영향이 컸다. 2005년 2101명에 이르던 해외입양 아동 수는 올해 1013명으로 6년 새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정부는 ‘아동 수출국’의 오명을 씻기 위해 2000년부터 국내입양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2007년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도입해 해외입양에 제동을 걸었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쿼터제와 모든 입양 아동이 최소 5개월 동안은 국내 부모를 우선적으로 찾아야 하는 ‘5개월 홀딩제’를 시행하고 있다.
○ 국내입양 활성화 정책 유명무실
정부는 국내입양 활성화 정책에 따라 2007년부터 국내입양 가정이 부담해야 하던 수수료를 없애고 만 13세까지 입양가정에 월 10만 원 양육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입양부모 지원 자격도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정책 시행 4년째를 맞이하는 지금까지 입양 건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
입양기관들은 “입양을 하려는 부모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입양을 백안시하는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국내입양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자성과 함께 국외입양 제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외입양 수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아동 복지를 위해 현명한 판단이냐 하는 것이다.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국내든 국외든 아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부모를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문화사회’를 강조하는 정부가 국외입양을 제한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관계자는 “국외입양 제한을 푸는 문제는 관계 부처와 논의를 해야 할 문제”라며 “미혼모 여성 지원과 입양 인식 개선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