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수 “선진국과 FTA 경쟁력 저하”… 의원들 “시장확대로 성장동력 창출”
평소 신자유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2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야당이 요구해온 무상급식 등 현안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장 교수는 이날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와 한국경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회는 정두언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의원 11명이 공동 주최했다.
장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자유무역으로 부자가 된 나라가 거의 없다”고 전제한 뒤 “양국 간 FTA는 진정한 자유무역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수준이 다른 선진국과 FTA를 맺는 것은 단기적 이익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국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무상급식을 놓고도 팽팽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장 교수는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지만 (가난한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가난한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낙인효과’가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금래 의원은 “지금은 모두 학교급식을 먹고 급식비는 계좌로 넣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보조를 받는 저소득층 아이가 노출될 위험이 적다”고 지적했다. 강명순 의원도 “야당이 주장하는 무상급식은 수업이 있는 날 점심 한 끼를 공짜로 주자는 것”이라며 “그런다고 결식아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복지 논쟁과 관련해 “복지국가라고 하면 흔히 좌파정책으로 생각하지만 복지국가를 제일 먼저 만든 사람은 독일의 보수 정치가 비스마르크”라며 “한나라당이 진정한 보수정당이라면 복지국가를 강조해 사회통합을 강화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 했다면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데 박 전 대통령은 미국 말을 듣지 않고 우리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자기 이익만을 챙긴 독재자가 아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정 최고위원은 오찬간담회에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다면 이슈가 될지 모르지만 한국형 복지는 이슈가 될 수 없다”며 “이슈가 되려면 구체적 내용이 있고, 찬반 논란이 뜨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내건 ‘한국형 복지’를 비판한 것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