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그룹의 연말 정기 임원인사가 한창입니다. 올해 재계 인사에서는 세대교체가 두드러집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앞으로 조직 리더는 젊은 사람이라야 맞지, 나이 많은 사람은 안 맞는다"며 '젊은 경영'을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그룹 신임 사장 내정자들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53.7세에서 51.3세로 낮아졌습니다. 사장 승진자 9명 가운데 5명은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발탁됐습니다. SK그룹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연령은 50대 후반~6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50대 중반으로 내려왔습니다. SK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52.7세로 5~6세 젊어졌습니다.
인사 적체가 길어지면 조직의 활력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변화 속도가 빠른 정보기술(IT) 등 일부 업종에서는 'CEO의 젊음'이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직의 건강성을 위해 기업 인사에서 적절한 세대교체와 순환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만능의 해법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리더에게는 조직이 추구하는 비전, 가치관, 목표를 위해 업무를 잘 처리하는 역량과 열정, 구성원들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 조직에 대한 헌신성이라는 덕목이 필요합니다. 나이가 젊다고 이런 자질이 풍부하고, 나이가 많다고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막중한 직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종합적 역량을 갖추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상대적으로 서열과 연령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조직 리더의 나이가 젊어지면 연쇄 파급이 일어납니다. 지나치게 빠른 세대교체는 상당수 구성원들에게 무력감과 좌절감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에게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부단한 자기계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