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최근 "지성이는 내년 1월 아시안컵이 끝난 뒤 대표팀에서 은퇴할 것이다. 앞으로 5년 정도 선수 생활을 할 것인데 무릎이 좋지 않아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자주 하면 2, 3년밖에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아들이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 무릎 수술을 한 부위에 물이 차올라 선수 생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맨유 의료진의 판단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실 박지성은 5년 뒤면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무릎과 상관없이 은퇴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면 무릎이 약해질 것이라는 말은 믿기 어렵다. 마라톤 동호회 '달리는 의사들'의 회장인 이동윤 정형외과 전문의는 "이코노미석에서 무릎을 굽히고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혈액이 잘 돌지 않아 혈관이 굳거나 정체돼 붓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다리를 쭉 펼 수 있는 비즈니스나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아시아나항공의 명예 홍보대사로서 항상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한다.
송준섭 남아공 월드컵 주치의도 "장시간 비행이 부상으로 염증이 있는 무릎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선수 생명을 좌우할 정도의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행기의 기압 차이가 무릎에 큰 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마재영 홍보팀 차장은 "지상의 기압이 1이라면 비행기 안은 0.8을 유지한다. 신체에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는 국민적 관심사다. 내년 1월 7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에서 51년 만에 정상 복귀를 노리는 조광래 감독은 "대회가 끝난 뒤 지성이와 대표팀 은퇴에 대해 얘기하겠다"며 의연해 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지 않아도 박주영(AS 모나코)의 무릎 부상으로 공격력이 약화돼 심란한 상태에서 박지성의 은퇴설로 대표팀 분위기가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박성종 씨의 아들에 대한 지나친 염려가 오히려 화를 부른 측면도 있다. 박 씨는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혹사당하는 아들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이젠 대표팀보다는 소속팀에 집중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못했다. 박 씨는 한국 축구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친 뒤 "맨유가 박지성 무릎에 대해 시한을 정하진 않았다"며 한 발 뺐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국민 영웅 박지성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한 셈이 됐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