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 3세대 박상돈 ‘코데즈컴바인’ 회장
박상돈 코데즈컴바인 회장은 27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이 회사 본사에서 인터뷰 도중 사진 촬영을 하겠다고 하자 카메라 렌즈를 향해 얼굴을 내밀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입은 붉은색 카디건과 흰색 남방은 코데즈컴바인 제품.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첫 월급 4500원으로 미제 구제(중고) 청바지와 구두를 샀던 동대문 피복공장 출신의 이 아이는 40년 후인 현재 국내 굴지의 패션회사를 이끌고 있다. 2002년 설립된 ‘코데즈컴바인’의 박상돈 회장(53)이다.
27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코데즈컴바인 본사에서 만난 박 회장은 “여성복 남성복 속옷 캐주얼 등을 갖춘 코데즈컴바인은 내년 2월엔 아동복과 하이킹 라인도 새롭게 선보일 것”이라며 “새해엔 글로벌 시장을 더욱 활발히 개척해 한국형 SPA(제품의 기획, 판매, 유통을 일괄하는 방식) 브랜드로 세계에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회장은 한국 패션의 산증인이자 히트상품 제조기다. 그는 19세 때 피복공장(동대문 태화피복) 동료였던 미싱사 김종석 씨(2005년 별세)가 차린 청바지 하청공장에 들어가 재단사 겸 공장장으로 일했다. 그가 만든 청바지는 불티나게 팔리며 당시 도매시장을 주름잡던 두 회사인 ‘키커진’과 ‘사계절’을 위협했다. 박 회장은 “옷을 보는 눈을 키우면 당장 큰돈이 없어도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때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뱅뱅 사거리’란 말이 생길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던 뱅뱅어패럴의 권종열 창업주가 동대문 패션 1세대라면 박 회장은 김종석 씨(1985년 ‘잠뱅이’ 설립)와 함께 동대문 3세대에 해당한다. 박 회장은 1987년 스노진으로 대박을 터뜨린 후 1997년엔 ‘옹골진’이란 토종 청바지 브랜드를 히트시켰다. 한국인 체형에 맞게 스타일을 여럿 나눈 게 성공 요인이었다.
코데즈컴바인은 계열사로 ㈜다른 미래(‘마루’와 ‘노튼’, 2009년 매출 1135억 원), ㈜제이앤지산(쇼핑몰 바우하우스와 부동산 회사, 2009년 매출 680억 원)을 거느린 연매출 2000억 원대의 회사로 성장했다.
○뚝심, 저력 갖춘 한국형 SPA 목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금요일 직원들과 야시장을 다니는 그는 말했다. “그 어떤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았어요. 한국 패션이 해외 브랜드에 밀려 다 죽었다고요? 천만에요. 기획력과 순발력이 있으면 돼요. 그리고 우리 한국인에겐 뚝심과 저력이 있잖아요.”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