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몰래 두고 간 천사
“매년 성의 표시하는 게 있는데. 동사무소 앞 미장원 골목에 상자가 있으니 가 보세요.”
28일 오전 11시 55분경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40대 후반 정도로 추정되는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은 주민센터 직원 심야은 씨(27·여)는 곧바로 ‘그분’임을 직감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단걸음에 골목으로 달려가 보니 빈 화분 위에 A4 용지를 담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주변을 지나는 행인이나 움직이는 차량도 발견하지 못했다. 종이상자에는 고무줄로 묶은 5만 원권 100장 묶음 7다발(3500만 원)과 500원, 100원, 50원, 10원짜리 동전이 든 돼지저금통(84만900원) 등 총 3584만900원이 들어 있었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00년 4월 처음으로 이곳에 성금을 놓고 간 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1년째다. 2002년에는 어린이날 전날을 포함해 두 차례 다녀가 횟수로는 열두 번째. 지금까지 기부한 돈은 모두 1억9720만4020원.
전주시는 그동안 성금을 어려운 가정에 가구당 10만∼30만 원씩 나눠주거나 쌀과 기름 등 생필품으로 지원해 왔다. 또 지난해 노송동주민센터 주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이름 짓고 올 1월 12일에는 천사가 성금을 놓고 가던 주민센터 화단에 기념비도 세웠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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