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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국민연금 재테크

입력 | 2010-12-29 20:00:00


 

“국민연금은 못 내!” 우리 대학생들이 즐겨 읽는다는 일본 소설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에서 주인공 소년 우에하라 지로의 아버지는 국민연금 가입을 권유하는 여성 공무원에게 이렇게 외친다. 지로의 아버지는 학창 시절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아나키스트로 변신한 인물이다. 백수 아버지는 방 안에서 소일하다가 구청 직원이 국민연금을 독촉하러 오면 물 만난 고기처럼 국민연금의 부당함을 역설한다.

▷시종 유쾌한 톤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아버지는 국민연금을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제한하는 통제장치로 인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에 대한 반감이 극심한 시절이 있었다. 2004년 등장했던 ‘국민연금 8대 괴담’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100% 진실은 아니었지만 수급권 제한, 소득월액 상한 규정, 강제 가입, 기금 고갈 우려 등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반영했다.

▷그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러 올해 국민연금 가입자가 1925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직장과 지역 가입자가 각각 57만 명 이상씩 증가했다. 7월 ‘내 연금 갖기-평생월급 국민연금’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가입자는 하루 평균 3300명씩 늘었다. 2007년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기금 고갈 시기가 순연돼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가 덜어졌다. 평균수명 연장과 함께 주변에 수급자가 늘면서 ‘국민연금으로도 노후생활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1988년 국민연금 출범 이후 많은 오해와 불신을 뚫고 국민연금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법적 의무가입 대상자가 아닌 주부 학생 등 임의가입자가 급증했다. 주로 주부들이 대다수인 임의가입자는 지난해 하루 평균 34명에서 올해 371명으로 11배 늘었다. 기대수명이 높아져 불입 기간에 비해 수령 기간이 훨씬 길다는 계산 때문이다. 서울지역 임의가입자가 강남 송파 서초 양천구 순으로 늘어나 국민연금이 소득 높은 지역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10년 국민연금은 수급자 300만 명을 돌파했고 기금운용 규모가 300조 원에 이른다. 아직도 510만 명의 사각지대가 있기는 하지만 국민연금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