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 유쾌한 톤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아버지는 국민연금을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제한하는 통제장치로 인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에 대한 반감이 극심한 시절이 있었다. 2004년 등장했던 ‘국민연금 8대 괴담’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100% 진실은 아니었지만 수급권 제한, 소득월액 상한 규정, 강제 가입, 기금 고갈 우려 등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반영했다.
▷그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러 올해 국민연금 가입자가 1925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직장과 지역 가입자가 각각 57만 명 이상씩 증가했다. 7월 ‘내 연금 갖기-평생월급 국민연금’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가입자는 하루 평균 3300명씩 늘었다. 2007년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기금 고갈 시기가 순연돼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가 덜어졌다. 평균수명 연장과 함께 주변에 수급자가 늘면서 ‘국민연금으로도 노후생활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1988년 국민연금 출범 이후 많은 오해와 불신을 뚫고 국민연금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