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대세” 외친 한해… 이젠 ‘우리술’ 붐으로
올 한 해 막걸리 시장의 변화를 동아일보가 연중 시리즈로 게재한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에 등장했던 기업과 인물들을 통해 되돌아봤다.
○ 업계 매출, 눈부신 성장
생산 설비도 크게 늘었다. 8월 생산 설비 증설을 완료해 하루 생산량이 1만5000병에서 3만 병으로 2배가 됐다. 매출도 지난해의 5배가 됐다. 참살이L&F 측은 “기능을 개선한 신제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해외 수출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강진의 ‘병영주조장’ 김견식 대표는 “40년 넘게 술을 빚어 왔지만 올해처럼 바빴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바빠도 좋으니 계속 막걸리를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병영주조장의 ‘설설동동주’는 ‘월드컵 16강 막걸리’에 포함되면서 강진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 대표는 “우리 쌀로 전환한 것이 맛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꼭 우리 업체의 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특징을 갖춘 지역 막걸리를 더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막걸리 생산량은 29만5200kL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만2598kL보다 45%가량 늘었다.
생산 제품의 95% 이상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강원 철원군의 막걸리 업체 ‘초가’도 올 한 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창규 관리이사는 “일본 수출이 압도적으로 많아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았는데 동아일보의 막걸리 시리즈와 그로 인한 막걸리 붐으로 올해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초가의 일본 수출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의 막걸리 수출은 1740만 달러로 지난해 전체(627만 달러)의 2배를 넘어섰다.
○ 우리 쌀 사용하는 업체 크게 늘어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직접 빚어 보려는 사람도 늘어났다. 배상면주가의 전통술 갤러리 산사원 김한승 업무팀장은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뒤 가양주(집에서 직접 담그는 술) 교실을 예약하는 고객이 많아졌고 주말 가족단위 방문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막걸리 업체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막걸리 붐의 성과 중 하나는 우리 쌀을 사용하는 업체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라며 “내년에는 술 인증제로 고급화를 꾀하고, 생산자단체와 협의해 중소 막걸리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케팅, 세제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막걸리의 질적 개선,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을 ‘우리 술’ 전반으로 확대시키는 데는 다소 미흡했다”며 “이제는 막걸리 붐을 우리 술 붐으로 이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 술이 성공하면 농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비싼 외국 술 수입도 줄어들게 된다”며 “2011년에는 막걸리뿐만 아니라 우리 술 전반을 살리는 정부 정책, 여론 형성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