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138개 신규사업장 ‘깜깜이 개선안’ 혼란 가중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교하읍 ‘파주 운정3지구 수용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박용수 위원장(가운데)이 LH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 소식을 듣고 찾아온 지역주민들에게 발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파주=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하지만 LH 측은 사업 취소나 규모 축소, 사업시기 연기 같은 조치를 취할 지역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대상 지역의 정확한 수조차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LH 통합 출범 이후 가슴을 졸이며 사업 시행 여부에 대한 발표를 기다려온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공기업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 신규사업 상당수 차질 불가피
LH는 414개 사업(593km²·사업비 425조 원)의 지구별 사업조정 계획은 밝히지 않고 사업조정의 원칙만 제시했다. LH는 이 사업을 모두 추진할 경우 연간 45조 원의 사업비가 들어 총부채가 2018년 325조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적정 사업규모를 연간 30조원 안팎으로 잡고 있어 총량으로 따지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새로 벌여야 하는 사업의 30% 정도를 취소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아직 보상이 시작되지 않은 138개 지구(196km²·143조 원)다. 이곳은 주민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시기 조정 △단계별 추진 △규모 조정 △사업방식 변경 △시행자 변경 △사업 재검토 △제안 철회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경기 성남대장, 전북 김제순동, 전북 부안변산, 강원 고성가진, 경남 진해마천 등 다섯 곳은 사업을 취소하고 경기 안성뉴타운은 면적을 당초의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확정했다. 충남 서산석림2지구도 지구 지정 철회가 유력하며 전북 전주효천, 부산명동 등 30여 개 지구도 조정 협의가 마무리 단계다.
사업조정안에는 구체적인 퇴출 리스트가 담기지 않았지만 보금자리주택과 국민임대 등 국책사업을 제외한 신도시 개발(4곳·21조 원), 택지 개발(23곳·19조7000억 원), 도시개발(13곳·13조3000억 원), 도시재생(26곳·13조8000억 원) 등 대부분의 사업이 연기되거나 축소 및 취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규모가 큰 신도시의 경우 사업 재검토의 불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산신도시 2단계 개발사업은 전체 규모의 70%인 탕정2지구의 취소를 통보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 오산세교3지구, 파주운정3지구, 인천 검단2지구 등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사업 축소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기 안양시 냉천·새마을지구, 서울가리봉 등 도시재생사업도 재검토 대상이다.
○ 지역주민 반발 거세
LH는 이날 신규사업 대상지 가운데 구체적으로 재조정 대상을 밝히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방향만 제시해 사업이 진행되거나 계획된 지역의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지송 LH 사장은 10월 국회에서 “보상을 시작하지 않은 138개 신규사업에 대한 규모 축소, 방식 변경, 시기 연기 등의 재조정 내용을 지자체 및 주민 협의를 거쳐 11월 말 이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구체적인 발표 시기는 해를 넘기게 됐다.
최소한 ‘꼭 할 사업’과 ‘반발이 있더라도 못할 사업’ 정도는 선을 그어 발표해야 하는데도 정부와 LH가 지나치게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소속 지역구가 사업 재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를 기다리던 해당 지역 주민들은 LH가 공표를 계속 늦추자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와 LH로부터 사업 의지를 확인받아 내심 사업 재개를 기대했던 파주운정3지구 주민들은 이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부 주민은 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고성을 터뜨리기도 했다. 교하읍에 살고 있는 손재학 씨(40)는 “이번 발표에서만큼은 추진으로 결정될 줄 알았는데 실망감이 크다”며 “하루하루 빚이 늘어가고 땅은 경매로 넘어간 상황에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 사장은 “철저한 자구노력으로 국민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지구별 사업조정안을 발표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중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파주=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