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세력의 마지막 표적
이런 집중 공세는 오 시장이 이달 3일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성명에서 오 시장은 민주당과 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에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교육 및 복지 예산을 부유층에게 주는 ‘부자(富者) 급식’이며 서울시의 살림과 행정에 큰 부담을 안긴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이들은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를 슬그머니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바꿨다.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용어가 ‘부자 급식’을 떠올리게 하자 ‘친환경’으로 간판을 교체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책정한 학생 1인당 한 끼 식품재료비는 2400여 원에 불과하다. 비싼 친환경 물가를 감안하면 이 가격으로는 ‘친환경 식사’가 어림도 없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인터넷 주도권, 서울시의회 권력, 탁월한 용어 상술(商術)을 무기로 총동원하고 공짜에 우호적인 대중 심리까지 등에 업은 이들의 총공세에 오 시장은 외로운 전쟁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좌파교육감과 민주당이 권력을 잡은 시도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시도에서 타협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해온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내년 ‘친환경 급식’ 명목으로 400억 원을 책정했다. 우회적으로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한 셈이다. 교육감 중에는 김신호 대전시교육감이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 예산을 급식에만 쓰는 것은 교육자적 양심에 비추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도다.
교육 살리는 길에 흔들림 없어야
무상급식의 실태는 잘못 전달된 부분이 많다. 저소득층 무상급식은 이미 전체 학생의 10%에게 이뤄지고 있다. 좌파 진영은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낙인찍기’를 문제 삼는다. 그러나 초등학교의 경우 급식은 교실 내에서 이뤄진다. 한 반의 학생들이 먹을 점심을 교실로 한꺼번에 운반해 각자 책상에서 먹는다. 지금도 누가 급식비를 못 내는지 알 수 없게 돼 있다.
좌파 진영은 일사불란하다. 무상급식이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한 일제 공격과 선전선동만 존재한다. 이들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이 성공을 거뒀다고 보고 다음 선거에서 무상보육 무상의료 카드까지 꺼낼 것으로 보인다. 이 점만으로도 이들이 무상급식에 목을 매는 이유가 순수한 교육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오 시장만 무너뜨리면 무상급식 공약은 달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유권자에게 새로운 포퓰리즘 공약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무상급식 공약은 세종시에 비유되기도 한다. 세종시 이슈처럼 일단 공약을 내놓아 당선되면 좀처럼 되돌리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육 문제에 민감한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의 진실을 정확히 알고 나면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와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장차 좌파 세력이 국민의 외면을 당하는 덫이 될 수도 있다. 오 시장은 흔들림 없이 정도(正道)를 가기 바란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