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 KS4전패후 그룹 고위층 ‘진노설’…김응룡 전사장에 상의후 구단에 사의
삼성 재임기, 선동열 전 감독의 공과는 뚜렷하다. 삼성에 ‘이기는 야구’를 주입시켰고,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 그러나 지나친 수비 중심 야구로 화끈한 야구를 선호하는 ‘대구정서’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늘 따라다녔다. 스포츠동아DB
‘선동열의 행보’는 늘 전격적이었다. 1985년 중반 해태 입단 과정을 시작으로, 1996년 주니치로 이적할 때, 1999시즌 후 은퇴를 결정할 때, 2004년 삼성 수석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할 때, 2005년 삼성 감독으로 선임될 때 모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만큼 야구계에서는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30일 삼성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그야말로 ‘전격’이었다. 그래서 야구계 전체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선 감독이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기까지 긴박했던 막전막후 과정을 재구성해본다.
○삼성 그룹 홍보실도 모른 전격 교체
선 감독의 퇴진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던 인물은 거의 없었다. 구단 내에선 사장과 단장 선에서만 알았다. 이미 종무식을 한 뒤 휴가에 들어간 삼성 프런트 대부분은 이날 기사로 소식을 접한 뒤 오히려 “어찌된 일이냐”며 반문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삼성그룹 홍보실 관계자 역시 “우리도 전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선 감독은 29일 밤 서울에서 지인들과 만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내년 우승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던 선 감독이었다. 그런데 이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내일(30일) 오전에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선 감독은 지인들에게 “내일 아침에 단장께서 보자고 하신다”며 양해를 구한 뒤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30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수빈 구단주, 김인 사장, 송 단장, 선 감독의 4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리고는 삼성측의 보도자료가 나왔다.
○선 감독의 용퇴? 그룹의 압력?
선 감독은 자신이 해고됐는지, 자진사퇴인지에 대해 “그렇게 됐다”며 웃기만 했다. 실제로 며칠 전 김응룡 전 사장에게 전화로 상의를 한 것으로 미뤄볼 때 선 감독이 용퇴 의사를 구단에 전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그룹이나 구단 윗선의 입김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구단이 직접적으로 먼저 “물러나달라”고 하지는 않았더라도 적어도 선 감독이 고민을 하게 만든 정황은 있다.
특히 14일 김인 사장이 경산 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프로야구단은 우승에 절대적 가치가 있다”면서 “(취임 전 외부에서 본) 삼성 야구는 근성이 부족해 보였다”고 질타했다. 선 감독은 이 대목에서 진퇴를 놓고 크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리즈에서 SK에 4연패로 무기력하게 물러난 것에 대한 지적처럼 들려왔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달 초 ‘젊은 삼성’을 표방하며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선 감독의 사부인 김응룡 사장과 그를 불러준 김재하 단장까지 물러났다. 여러 정황상 선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데는, 그룹의 무언의 압력 속에 용퇴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