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미래를 담는 그릇”
“국립중앙박물관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 환영 리셉션 업무만찬을 개최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인 일이었습니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은 미래 문화 창조의 원천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G20 정상회의 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해 이를 성사시킨 최광식 관장을 30일 만났다. 11월 10일 세계 정상들은 최 관장의 영접을 받아 국립중앙박물관 만찬장으로 들어섰고 박물관의 당당한 모습과 화려한 유물들은 CNN NHK 등 TV 생중계를 통해 세계로 전파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문화가 이렇게 독창적일 줄 몰랐다. 또 한국의 박물관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한국이 신흥 경제부국인 줄로만 알았지 문화가 훌륭한 나라인 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G20 회의를 통해 우리가 졸부가 아니라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린 것 같습니다.”
최 관장은 “고려불화와 왕오천축국전처럼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명품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고려불화의 경우 한국미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 관객이 ‘이런 명품을 왜 이제야 가져왔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우리 전통문화는 소박하고 검소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화려하고 우아하고 섬세한 문화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는 말이었습니다. 고려불화 전시를 통해 한국미, 한국의 아름다움의 반쪽을 되찾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몽유도원도, 고려불화, 왕오천축국전을 빌려올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최 관장은 설명했다. 2009년 관람객 273만 명으로 아시아 1위에 세계 10위(2010년 4월 발표), 2010년 아시아유럽박물관네트워크(ASEMUS) 의장기관 선임 등이 이를 방증한다.
최 관장은 늘 “박물관은 미래를 담는 그릇”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의 유물은 과거의 것으로 그치지 않고 미래 문화 창조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물관과 문화재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 고려불화 등을 보면 다양한 모티프와 영감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살아 숨쉬는 아이디어의 원천이죠.”
“이와 함께 수요자 입장도 늘 생각해야 합니다. 내년의 키워드를 공감으로 정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현재 세계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이 열리고 있다. 최 관장은 이에 대한 평가도 빠뜨리지 않았다.
“왕오천축국전은 세계 4대 문명 기행서입니다. 8세기에 걸어서 인도와 서역 페르시아를 거쳐 구법(求法)기행을 했다니….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고난을 뚫고 4년간 대장정을 감행한 혜초의 탐험정신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연말연시에 왕오천축국전의 원본을 직접 본다면 미래의 의지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년엔 ‘한국의 초상화’ ‘바로크와 로코코’ ‘바티칸 박물관전’ 등 대형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