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일 장편 ‘황제의 칼데라’ 장인정신의 의미 돌아보게 해
재독작가 강유일 씨(57·사진)의 새 장편소설 ‘황제의 칼데라’(문학동네)는 조선의 마지막 옥새 장인 우숭린과 그의 아들, 손자의 3대 이야기를 통해 장인정신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경복궁 대화재로 소실된 옥새를 장인 우숭린이 고종의 명으로 복원하는 데서 출발한다. 만들어진 옥새는 아무도 모르게 경회루 연못 속에 숨겨지고, 이 옥새가 20세기 말 발견되면서 우숭린 일가의 사연이 드러난다.
우숭린이 망명 중에 자결하고 그의 유복자 우현학이 6·25전쟁 중 종군기자로, 국무총리실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군사쿠데타로 인해 독일로 망명한다는 일가의 곡절을 통해 작가는 우리의 지난한 역사를 펼쳐 보인다. 강 씨는 “역사의 조난자인 황제 고종과 그의 전사들의 ‘좌초의 방식’과 ‘희망의 방식’에 대해 적고 싶었다. 황제의 전사였던 한 가문의 삼대에 걸친 망명과 객사, 그 처절하고 찬란한 좌초에 대해 보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가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진 존재로 고종을 묘사하는 한편, 장인 우숭린이 민족의 염원을 담아 옥새를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장인정신은 그 무엇보다 ‘염결(廉潔)함’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