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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빚-실직에 10대 딸 목 조른 家長

입력 | 2010-12-31 03:00:00

치매 노모도 둔기 휘둘러 중태… 자살 실패후 도주했다 붙잡혀




생활고를 비관해 딸을 죽이고 노모를 중태에 빠뜨린 가장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고교 1년생 딸(17)을 목 졸라 살해하고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 최모 씨(82)에게 둔기를 휘두른 김모 씨(44)에 대해 살인 및 존속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 1억 원까지 불어난 사채 빚으로 고민하던 중 직장까지 잃게 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달 1일 오전 7시경 음식물쓰레기통에서 가져온 잔반으로 아침밥을 차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소주 반 병을 마신 상태에서 김 씨는 방에서 자고 있던 딸의 목을 졸라 살해했고, 집에 있던 망치로 노모의 머리를 네 차례 때렸다. 이후 김 씨는 방에서 컴퓨터 전선과 운동화 끈 등으로 목을 매려 했으나 실패해 도주했다. 최 씨는 이날 오후 4시경 같은 아파트 아래층에 살고 있던 김 씨의 누나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목숨을 건졌다.

김 씨는 사건 발생 약 한 달 만인 29일 오후 1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서성이던 중 검거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의 치매 증세가 4년 전 급격히 악화됐고 딸도 남자친구를 자주 만나 심난했는데 해고까지 당하자 막막했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딸이 세 살 되던 해 부인과 이혼한 김 씨는 모 유학원 근무 당시 유학알선료 1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돼 2년여 복역했다가 2년 전에 출소했으며,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으로 빚에 쫓기고 있던 상태였다. 이후 사채에 손을 대면서 빚 규모가 늘었고, 범행 이틀 전에는 근무하던 청소년오락실 매출금 1500만 원을 횡령했다가 해고당했다. 김 씨는 10여 평 규모의 월세 아파트에서 딸과 어머니와 한 방을 써왔다. 워낙 낡은 아파트로 인근에 폐쇄회로(CC)TV가 전혀 없어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손인 김 씨는 결혼 후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왔고 외동딸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