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TV, 문여는 장면 공개… 뇌중풍 후유증 호전 신호?
10월 8일 왼손 자유 사용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불편했던 왼손을 자유롭게 쓰는 장면이 29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방영된 기록영화의 한 장면으로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차 10월 8일 한 아파트에 들렀을 때 왼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방 안의 옷장 문을 여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통상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동영상을 바로 공개하지 않고 일정한 기간에 모아 방송한다. 이번 기록영화는 올해 9월 초순부터 11월 초순까지 두 달 동안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방송이 보도한 장면은 10월 8일 평양 대동강변에 새로 지은 예술인 거주 아파트를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뒤 왼쪽 팔과 왼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올해 5월 중국 방문 당시에는 그가 왼쪽 다리를 절며 걷는 모습이 일본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다. 그동안 북한 매체들이 전하는 현지 지도 사진에서 그는 왼팔을 부자연스럽게 늘어뜨리거나 외투 겉주머니에 넣고 있는 모습이 많았다.
이번 동영상은 일단 그의 건강이 호전됐다는 증거일 수 있다. 유경호 한림대 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이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면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통상 재활치료를 받은 지 6개월 이내에 마비된 근육들이 돌아오기 시작한다”며 “어깨→팔꿈치→손가락처럼 보통 큰 근육부터 움직이게 되는데 옷장 손잡이를 잡았다는 것은 손가락까지 힘이 들어간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뇌졸중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처음 뇌중풍(뇌졸중)이 발병했을 때 다리를 절뚝거리긴 했지만 걸어다녔고 당시 왼쪽 팔의 기능도 일부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였다”며 “이번 방송에 나타난 수준이라면 뇌중풍이 재발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회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호전되면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당장 내년에 김정은을 군 최고사령관이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하지 않고 우상화 작업 등을 통해 후계기반을 더 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주민들과 외부에 과시하기 위해 연출한 선전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범석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왼팔 사용이 호전의 증거가 될 수는 있지만 건강상태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며 “특히 건강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왼팔 사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 건강상태를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