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세 남자’의 감정선 섬세하게 그려
42년 전통의 맨부커상은 영국에서 노벨 문학상 다음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게다가 베스트셀러를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모든 작가가 꿈꾸는 상이다. 얼마 전 영국의 문학잡지인 ‘북셀러’가 맨부커상 수상과 판매 부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는데 지난 10년간 맨부커상 수상작은 모두 수상 직후부터 판매지수가 적게는 10배, 많게는 100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핀클러의 질문 역시 맨부커상 수상 이후 크리스마스 선물 붐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판매가 늘고 있다.
그러던 중 리보와 샘이 비슷한 시기에 상처(喪妻)를 하면서 세 남자는 리보의 아파트에 모인다. 50년 넘는 결혼생활 동안 부인을 끔찍이 사랑했던 리보, 두 아이를 낳고 살았지만 부부가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물론이고 그들의 사랑이 진실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샘, 한 번도 제대로 된 여자와 오랜 관계를 지속해 본 적 없는 줄리언. 와인에 흠뻑 취한 채 집으로 돌아가던 줄리언은 그날 밤 11시 30분 그의 인생을 뒤바꿔 놓을 ‘공격’을 당한다.
반세기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한 부인을 잃은 90세의 남자는 어떻게 남은 생애를 살아가야 할까?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지나간 결혼생활에 의문을 가지게 된 남자는 과연 죽은 아내에 대한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여러 여자에게 버림받아 왔던 남자는 이제 운명의 연인을 찾을 수 있을까? “재치와 지성, 인간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연민으로 무장한 소설”이라고 ‘옵서버’가 평가한 이 소설에서 독자들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메일온선데이가 ‘현존하는 최고의 영국 작가’로 꼽은 제이컵슨은 남성 작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섬세한 문체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재미나게 묘사한다. 젊은 남녀 간의 통속적인 사랑이나 누군가를 죽이고 뒤쫓는 스릴러가 아니어도 충분히 독자를 감동시키고 몰두하게 만드는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핀클러의 질문’은 보여준다.
런던=안주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