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 확대 긍정적” vs “출신 못속이는 것 아니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일 비공개리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를 찾아 새해 인사를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2007년 대선에서 진 뒤 YS에게 새해 인사를 간 것은 손 대표가 처음이다. 손 대표는 1993년 경기 광명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YS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뒤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거치며 성장했지만 2008년 통합민주당 대표 시절엔 YS를 찾아간 적이 없다.
YS는 유신시대, 정치선진화 등을 화제로 30여 분 대화를 나누다 “요즘도 많은 국민을 만나는데 야당에 대한 비판이 많더라. 여당도 잘해야 하지만 야당도 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 손 대표는 “김 전 대통령께서 헌신해온 이 땅의 민주주의가 꽃피고 의회민주주의가 살아나고 민주세력이 하나가 되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배석한 차영 대변인이 전했다.
당내에서는 외연을 넓히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친노(친노무현)계 인사는 “‘출신(한나라당 출신)’을 입증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민주당을 비난만 하는 사람에게 세배하는 게 중요한가”라고 꼬집었다.
앞서 YS는 1일 상도동을 찾은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손 대표에 대해 “내가 ‘픽업(pick-up)’해 국회의원, 장관을 시키고 온갖 것을 다 한 사람인데….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최근 ‘막말’ 논란을 빚은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을 거론하면서 “나도 국회의원을 했지만 그런 사람은 처음 본다. 명색이 국회의원과 장관을 한 사람인데 국민 보기에 창피하다”고도 했다.
YS, 김대중(DJ) 전 대통령 측근인 상도동계, 동교동계 인사들은 1일 각각 이희호 여사와 YS를 번갈아 방문해 세배를 했다.
상도동계에서는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 등 10명이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이 여사를 방문했다. 동교동계에서는 좌장 격인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과 이훈평, 장성민 전 의원 등이 YS에게 세배했다. 장 전 의원이 “더 젊어지신 것 같다”고 덕담하자 YS는 “적당히 먹고 적당히 자고 적당히 운동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동영상=국회 난장판 속 정부좌 손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