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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택]휴대전화 여론조사

입력 | 2011-01-03 03:00:00


‘여론을 따르면 모든 일이 쉽다. 여론이 세상의 지배자다.’(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여론보다 더 부당하거나 변덕스러운 것은 없다.’(19세기 영국 비평가 윌리엄 해즐릿) 여론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다양하지만 현대 정치에서 여론은 곧 민심으로 인식된다. 한국에서도 여론은 대통령후보를 비롯한 공직선거 후보의 결정을 좌지우지하고 국가정책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런 만큼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조사방법이 중요하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결과가 여론조사의 예측과 크게 어긋나자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왔다. 여론조사가 틀리는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한 후보에게 지지가 몰리는 ‘밴드왜건 효과’나 약자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언더도그 효과’가 원인일 수도 있다. 투표 당일의 날씨나 투표율, 투표 마감 직전에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몰표가 결과를 바꿔 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통신 환경의 변화’를 꼽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휴대전화 가입자가 5000만 명을 넘어 ‘1인 다(多)폰 시대’로 변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유선전화 가입자 명단으로 조사 대상을 추출한다. 2008년부터 유선 전화번호부가 출판되지 않자 2007년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번호대로 전화를 걸면 결번이 40%나 된다. 유선전화를 쓰지 않고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사람들은 젊은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가 많다. 유선전화 조사에선 이런 계층의 의견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휴대전화 여론조사는 전체 휴대전화 명부가 공개되지 않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여론조사 기관에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해 조사를 실시할 수 있게 하되 개인정보를 유용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여론조사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적절한 방향이라고 본다.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의 김영혜 상무는 “휴대전화 번호와 거주지역만 알면 여론조사가 가능해 사생활 침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휴대전화로 여론조사를 보완하면 결과의 신뢰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