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정리하며 세계 매체들이 꼽은 뉴스나 트렌드에 대한 글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과거 10년간 인터넷의 발달로 볼 수 없게 된 15가지를 선정했는데, 그중에서도 집중력과 예의, 프라이버시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마음에 와 닿았다.
통신기술의 보편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과거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개인 프라이버시가 범람하고 있다. 프라이버시는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이었지만 그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 일본에서는 프라이버시, 개인정보라는 말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 ‘개인정보’라는 한마디에 막혀 학교에서는 비상연락망을 만들지 못하고 인구조사가 불가능해졌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실명을 보도했다가 유족에게 소송을 당하는 언론사들 소식도 들려온다. 그런 일본에서도 최근 트위터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니 개인의 장벽을 치기보다는 자신을 알림으로써 세계와 소통하고자 하는 바람은 그 정도로 큰 듯하다.
이런 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정보가 기술과 결합해 가져다줄 편리함을 기대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투명해지는 미래에, 이 중 어떤 것이 내게 불리하게 작동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과거 이성소개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전 세계인이 그의 성적 취향을 가늠하는 형편 아닌가.
사용자만 6억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사생활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인터넷 빅브러더’로 취급되는 구글의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는 개인정보가 SNS를 통해 노출되는 문제에 대해 “친구들의 SNS 페이지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 일탈 행동과 결별하기 위해서는 모든 젊은이가 성인이 되는 순간 자동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날이 올 것”이라며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상무부가 인터넷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법안 마련을 제안하는 등 이 문제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는 모양이다. 법이나 제도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조심하는 것, 나아가 남의 프라이버시도 존중하는 문화는 더욱 필요하다.
그나저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닿게 되는 결론은 ‘착하게 사는’ 길이 최선이란 것이다. 내가 ‘지난여름 한 일’은 모조리 기록되고 공개될 수 있다. 약간은 서글프지만 새해에는 더 착하게 살아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