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의 새해 살림살이를 둘러싸고 말이 많습니다. ‘사건’은 2010년 마지막 날 일어났습니다. 성남시의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임시회를 열어 약 1조9000억 원 규모의 2011년도 성남시 예산안 수정안 처리에 나섰습니다. 수정안은 성남시가 제출한 원안에서 이재명 시장의 공약사업인 ‘성남시립병원 설계비’ 등 여야 의견이 엇갈린 예산 124억 원이 삭감된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같은 달 22일 폐회한 정례회에서 예산안 처리에 실패한 뒤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막기 위해 임시회를 열었습니다. 참석한 시의원은 한나라당 17명, 야당 16명 등 총 33명. 야당이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전자투표 과정에서 한나라당 소속 장대훈 의장이 실수로 투표를 못하면서 찬성 16명, 반대 16명, 기권 1명으로 부결이 됐습니다. 한나라당은 일부 내용을 고친 예산안을 부랴부랴 상정했지만 야당은 “수정안이 부결되면 원안이 통과된 것”이라며 회의장을 퇴장했습니다. 한나라당은 급기야 개인사정으로 제주도에 있던 의원 1명까지 불러들여 우여곡절 끝에 이날 오후 11시 반경 단독으로 2차 수정안을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이재명 시장은 “원안대로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시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똑같은 안건을 같은 회기 중에 낸 것은 불법”이라며 “과거 조례안 표결 때 수정안이 부결돼 원안이 채택된 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원안 표결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집행부(성남시) 입장에서 준예산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습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