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가 개국했을 때 사람들은 그저 그런 방송사가 하나 더 생기는 것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의 다른 방송과 달리 각국 정부의 입김을 받지 않아 객관성 있고 신뢰할 만한 뉴스와 논평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왕실에 비우호적이었던 영국 BBC 아랍채널을 폐쇄했는데, 이때 갈 곳 없던 BBC 기자들을 대거 고용한 것도 성공 요인이었다. 카타르 국왕은 “BBC에서 하던 대로만 하라”며 편집권에 관여하지 않았다.
▷알자지라의 뉴스는 중동 정세에 관해 CNN 등 서방언론의 시각에 익숙해져 있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2002년 2차 팔레스타인 무장봉기 당시 서방언론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공격당하는 장면을 주로 보도했지만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이 공격당하는 광경도 내보냈다. 9·11테러 이후 알자지라 기자들은 유일하게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갈 수 있었고, 서방 언론이 접촉할 수 없는 헤즈볼라 지도자들도 인터뷰했다. 그러다 보니 테러 집단과의 연계 의혹도 제기돼 9·11테러 직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알자지라 사무실을 공습한 적도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