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연인의 애틋한 사랑 전달상 받았다고 겉멋 안부릴 겁니다”
“비슷한 스타일로 소모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참 난감했어요. 배역 하나 따면 감지덕지한 처지인데…. 사람들, 급해요. 참.” 서른둘의 송새벽. 그는 이제 겨우 새벽을 보내고 아침을 맞은 배우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와하하…. 그 사람 이름이 ‘송새벽’이래. 안 어울려!”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영화관. 객석에 앉아 자신이 조연으로 나온 ‘방자전’을 관람하고 엔딩 크레디트에 새겨진 이름을 가슴 뭉클하게 바라보던 배우 송새벽(32)은 앞자리 관객의 폭소에 순간 울컥했다.
‘방자전’이 끝이었다. 엔딩 크레디트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은 이제 사라졌다. 추석 개봉해 관객 271만 명을 모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소심한 연애조작 의뢰인, 10월 개봉작 ‘부당거래’(275만 명)의 사고뭉치 매제(妹弟) 역으로 연달아 인기를 끌면서 송새벽은 한국영화 관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 됐다. 대종상 남우조연상,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남우상 등 5개의 연말 영화상이 당연한 듯 그의 품에 안겼다.
3월 개봉할 ‘위험한 상견례’는 첫 영화 주연작. 요즘 한국영화 시장에서 캐스팅 1순위의 블루칩 중 한 명이 송새벽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이는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의 소감, 느물느물한 변학도의 대사처럼 심드렁했다.
“아유…, 부담. 없어요. 언감생심이었는데 줄줄이 주시니까 감사하면서도 혼란스러웠어요. 받아도 되나 싶어서요. 그렇다고 ‘야, 내가 상 이만큼 받았으니까 연기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 뭐 이런 거, 아니잖아요. 상 받았다고 어깨 힘 들어가면 ‘오버’할 거고, 그럼 연기 자연스럽게 무너질 거고…. 상은 그냥, 상이죠.”
첫 주연작인 ‘위험한 상견례’는 1980년대 초를 배경으로 전라도 출신 신랑과 경상도 신부의 험난한 사랑의 여정을 그린 로맨틱코미디다. 휴대전화는 물론 삐삐도 없어서 약속을 정하면 무조건 진종일 기다리고, 혹시 안 나타나면 집 찾아가서 문 두드리는 방법밖에 없던 시절의 사랑을 담았다. “한 작품을 책임져야 할 간판이 되니 어깨가 무겁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거 없다”고 답했다.
존재를 대중에 알린 지는 1년이 채 안 됐지만, 송새벽은 대학 1학년 때부터 고향인 전북 군산시의 사설극단 무대에 오른 경력 12년의 연극배우다. 2002년부터는 서울로 올라와 송강호 김윤석을 배출한 연우무대에서 활동하며 ‘생쥐와 인간’ ‘해무’ ‘날 보러 와요’ 등에 출연했다. 영화와의 인연은 2008년 ‘해무’를 보러 온 봉준호 감독에게 발탁돼 ‘마더’의 감초 조연 ‘세팍타크로 형사’ 역을 맡으면서부터. ‘시라노…’에서 “금강 하류 억양”이라 불린, 억양 없이 스타카토로 톡톡 끊어지는 어눌한 말투는 ‘방자전’의 점잔 떠는 변태 변학도를 만나 대박을 터뜨렸다.
▲동영상=배우 송새벽
“탯줄 고향은 완도고요. 100일 넘기자마자 군산으로 왔대요. 동네 사람 다 하는 말투인데…. ‘저게 재미있대?’ 다들 그러죠 뭐. 아유, 대종상 탔을 때 고등학교에 현수막 걸렸대요. 몰라요, 뭐. 친구들이 돈 모아 만들어준 건지….”
고향의 자랑거리지만 쌍문동 집 근처 편의점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시라노…’에서 “유일한 ‘얼짱 각도’를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코치를 받을 만큼, 솔직히 미남은 아니다. 영화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치아만 한 번 보여주고 퇴짜를 맞기도 했다.
그래도 배우인데, 비주얼에 대한 고민이 정말 없었을까. 송새벽은 망설임 없이 “전혀”라고 답했다.
“아니 뭐…. 얼굴로만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몰라보는 게 처음에는 잠깐 서운했는데, 지금은 편해요. 유명세로 인한 위기? 매너리즘? 우와, 영화 몇 편이나 했다고…. 하하. 불러주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열심히 하는 건데요. 새벽에 신문배달 하다가 골목에서 졸도한 게, 겨우 5년 전이에요.”
그는 “영화 몇 편 잘됐다고 연극과 영화를 달리 보게 되면 그게 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겉멋 부리고 목 뻣뻣해지는 배우, 적잖게 봤다는 얘기다.
“소소하게. 그냥 지금껏 살아온 대로. 저는 연기로 노는 게 제일 재미있고, 다른 모든 건 그 놀이를 계속하기 위한 거예요.”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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