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가 만든 몽롱하고 시금털털한 이야기
청계천 등 낯익은 서울 풍경 위에 낯설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쌓아낸 ‘카페 느와르’. 정성 감독은 “긴 상영시간은 내 마음의 간절한 호소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스폰지
지난해 12월 30일 개봉한 ‘카페 느와르’(18세 이상). 오래전 그 라디오 방송만큼이나 이 영화는 관객을 몽롱한 정신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3시간 18분이라는 무지막지한 상영시간 때문만은 아니다.지난 주말 상영관에는 당연한 듯 잠시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하거나 질렸다는 기색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이 적잖았다. 주말 데이트나 한가로운 휴일의 테마로는 결코 권할 수 없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라는 표현양식이 반드시 할리우드의 전유물만은 아니며, 영상과 소리와 텍스트를 조합해 이뤄내는 문화적 소통의 방식이 더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큰맘 먹고 도전해볼 만한 별종이다.
영화는 음악교사인 영수(신하균)가 동료교사 미연(김혜나), 그녀와 동명이인인 학부모 미연(문정희),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선화(정유미)와 차례로 미묘한 관계를 맺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줄거리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자극적인 표현으로 가득한 불륜 이야기도 아니고 어리석은 사내가 실수투성이 연애경험을 통해 한 뼘 성장한다는 해피엔딩 동화는 더더욱 아니다. 엊저녁 술자리에서 듣는 둥 마는 둥 들었던 주변에 사는 누구누구의 그렇고 그런 사연. 가지런히 정리되지 않은 술잔 너머 사연처럼, 영수가 휘청휘청 걸어가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시종 알맹이 없이 시금털털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영화 ‘까페 느와르’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