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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빼어난 음악 ‘공감’… 너무 빠른 흐름 ‘난감’

입력 | 2011-01-04 03:00:00

국악 뮤지컬 ‘시야’
대본 ★★★☆ 연출 ★★★☆ 연기 ★★★☆ 음악 ★★★★☆




뮤지컬 ‘시야’는 비극적 사랑 얘기를 애절한 국악 연주로 풀어냈다. 왼쪽부터 시야(박자영), 파아란(백희정), 파아란을 사모하는 수이(남선아).사진 제공 미래문화예드림

조명이 켜지자 연주자 네 명이 등장한다. 세 명은 물에 띄운 박바가지를 두들기고 한 명은 놋그릇을 ‘쨍강쨍강’ 때린다. 생경한 조합이지만 이들이 빚는 소리는 마치 귀를 씻는 듯 청아하고 깔끔하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초연 무대에 오른 창작 국악 뮤지컬 ‘시야’(박종철 작·연출)에는 이렇게 익숙하거나 새로운 ‘우리 소리’가 가득하다. 연주자들은 사물놀이를 비롯해 가야금 아쟁 대금 피리 연주를 넘나들며 분위기를 이끈다. 단지 뮤지컬에 국악을 접목한 시도라는 의미를 넘어 음악이 빼어나다. 논버벌 퍼포먼스 ‘도깨비 스톰’의 음악 감독, 미추관현악단 상임지휘자를 거친 이경섭 씨가 만든 음악은 뮤지컬과 국악이 오래전부터 함께했던 것처럼 짝짝 들어맞는다. 놀라는 상황에서 아쟁을 크게 켜는 등 효과음까지 국악기로 표현하는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극은 신들의 사랑 얘기를 다룬다. 사랑의 신인 여주인공 ‘시야’가 신 중의 신인 ‘상천’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시야를 사모했던 ‘파아란’이 상천을 해하려다 실패해 두 눈이 먼다. 이 사실을 안 시야는 상천에게 복수하려다 실패하고 결국 그도 장님이 돼 파아란에게 돌아간다는 내용.

애절한 사랑 얘기지만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압축하려다 보니 점프하듯 장면이 널뛴다. 시야가 상천과 처음 만나 노래 한 곡 같이 부르고 연인이 되고, 바로 뒤돌아서서 헤어져야 한다고 우는 모습은 의아할 정도였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극의 ‘가속’이 줄어들고, 캐릭터가 살아나며 안정감을 찾는다. 배우들의 가사 전달도 점차 명확해졌다. 에피소드를 보강하고 흐름을 매끄럽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극이 끝난 뒤 배우들은 바로 북채를 들고 악기를 난타한다. 흥겹기는 했지만 비극적 결말의 여운을 스스로 깨는 모습처럼 비쳤다. 객석은 마룻바닥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양반다리를 하고 보는 관람 형태가 독특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3만 원. 2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소극장. 02-742-7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