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힘찬 출발 원동력은
경기 회복이 더딘 선진국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빠른 속도로 활력을 되찾으면서 세계 경제의 축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 시대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 증시가 몇몇 위험 변수로 일시적인 조정을 겪을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추가 상승할 여력이 크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 뉴 노멀 도래…한국과 신흥국 증시의 빠른 회복력
이처럼 한국 증시가 신천지를 여는 데는 역시 외국인투자가의 힘이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10월 24일 938.75까지 곤두박질쳤던 코스피는 외국인들이 2009년과 2010년 각각 32조3000억 원과 22조7000억 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별다른 조정 없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잔액은 사상 최대치인 386조4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2년간 외국인이 사들인 55조 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7∼2008년 한국에서 빠져나간 순매도 자금(60조5000억 원)의 91% 수준으로 위기 때 떠났던 외국인 자금이 대부분 돌아온 셈이다.
외국인의 복귀는 과거 선진국 주도의 세계 경제가 신흥국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신흥국 주식형펀드로 사상 최대치인 841억 달러의 글로벌 자금이 유입된 반면 선진국 증시에서는 4년 연속 돈이 빠져나갔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전문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가 부진한 반면 신흥국 경제는 호조를 띠며 글로벌 경제가 이원화되는 뉴노멀 시대가 오고 있다”며 “달러화 약세와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 장세가 계속되면서 선진국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글로벌 자금들이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상승에 무게, 그래도 ‘국지적 파도’는 유의해야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2,000 정착은 큰 틀에서 볼 때 당연하며 해외 변수도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만큼 이제는 시장의 흐름이 안정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국내 기업의 실적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인 데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한국 대표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하면서 올해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실적이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조금만 올라가도 증시의 재평가가 이뤄져 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주당 순이익비율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수준에 불과해 2007년 수준인 12∼13배로만 올라도 2,600 선 돌파를 바라볼 수 있다는 낙관론까지 나온다. 사상 최고가를 돌파했다는 점만 놓고 본다면 2007년과 다를 바가 없지만 유동성과 기업실적 면에서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3일에도 3666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언제든 한국 증시를 떠날 수 있는 외국인을 대신해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증시를 떠받쳐야 할 개인투자자들이 여전히 증시를 외면한다면 외국인의 힘만으로는 상승장을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