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런 상승세를 교란할 변수들도 곳곳에 깔려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정책에 따라 세계 경제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도 증시 흐름을 뒤바꿀 힘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변수들은 최근 주가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 외국인 투자 자금의 향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우선 남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정책에 따른 세계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가장 위험한 요소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 리서치 팀장은 “중국과 유럽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며 글로벌 유동성이 과잉으로 몰려 있는 국제 원자재 분야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불안도 큰 문제”라며 “물가 불안이 금융긴축, 금리인상으로 이어진다면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세계 경기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년 내내 세계 경제를 위협했던 남유럽 재정위기는 유럽연합(EU)의 주요 국가인 스페인 포르투갈로 확산될지가 관심사다. EU 내 경제규모 4위인 스페인까지 재정위기를 자체 해결하지 못하면 EU라는 경제공동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럽은 단일통화로 묶여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가 통화정책을 써서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라는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고, 이 때문에 올해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긴축은 원래 경제가 좋을 때 하는 것으로 2007년 무렵 중국이 금리를 올렸을 때도 증시는 불확실성 해소로 해석해 오히려 상승했다”며 “다만 최근에는 대외 경제여건이 불안하니까 악재로 바라보는 것이므로 관건은 긴축정책이 먹혀들어 경기가 연착륙하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경기회복이다. 미국의 소비가 어느 정도 살아나고 미국 정부가 시장에 자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철회할 경우 신흥국 일변도로 흘렀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선진국으로 U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미국이 여전히 경기회복을 위해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시사하는 만큼 그 시기는 빨라야 올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