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지역 다녀오고도 검역 회피
구제역이 창궐한 이유는 자명하다. 아무런 방역태세도 강화하지 않은 채 중국 몽골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같은 구제역 발생국과 인적 물적 교류를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에 60년 이상 구제역 발생이 없었던 것은 방역을 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그들 국가와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많은 예산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미봉책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구제역 청정국을 보면 그런 정부의 노력이 계속돼왔다. 전자산업, 중화학 공업, 조선 능력으로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가축방역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체계적이고도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의 땜질식 미봉책 말고도 지적하고 싶은 것은 축산업 종사자의 자율적인 방역의식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초의 구제역 발생으로 정부는 구제역 발생국을 다녀온 축산종사자가 입국할 때 공항에서 소독과 검역을 받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대상자 2만 명 가운데 9400명이나 검역을 받지 않았다. 자기 목장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책임을 면치 못할 행동이다. 방역소독도 국가가 해주기만을 바라면 안 된다. 자기 목장의 방역소독은 자체적으로 스케줄에 따라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 사정이 이런 데도 자기 목장의 소독을 정부에 부탁하는 전화가 비일비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외국인노동자 교육-관리도 중요
정부는 축산농에 대한 완벽한 보상제도 구축에만 급급하지 말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기준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위생관리를 할 수 없는 축산농은 폐쇄하는 내용의 허가제를 가급적 빨리 실시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관리도 등록허가제를 도입해 강력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관리 상태가 수준 이하인 축산농은 도태돼야 한다.
이영순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