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선진국의 극단적 통화 팽창 정책이 원유나 곡물 등 글로벌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정부 역시 이 점에 초점을 맞춰 물가 상승의 불가피성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국내 물가에 관한 한 지나치게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사용해 왔던 것이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서로 다른 성장 속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진 선진국들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경쟁력 있는 이머징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가계가 안정된 상황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우에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물가 상승이 오히려 반가운 일이며, 정책 의도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고 중소기업 이자 부담도 줄여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외국인 채권 매수가 늘어난 가운데 수출 기업을 위해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한국은행의 이런 결정은 지금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책금리를 올린 국가들 때문에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지만 정작 이제부터 문제는 내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다.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면 느리지만 안정적인 경제와 자산가격 움직임이 나타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기적으로는 화려하지만, 이후에는 기대하지 않던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