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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물가 초비상… 금리 등 내부 상승 요인부터 잡아야

입력 | 2011-01-07 03:00:00


새해 들어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3%를 넘어선 데다, 글로벌 상품 가격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때문에 앞으로도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을 우려한 실물 자산 투자 현상이 조금씩 관찰되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선진국의 극단적 통화 팽창 정책이 원유나 곡물 등 글로벌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정부 역시 이 점에 초점을 맞춰 물가 상승의 불가피성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국내 물가에 관한 한 지나치게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사용해 왔던 것이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서로 다른 성장 속도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진 선진국들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경쟁력 있는 이머징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가계가 안정된 상황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우에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물가 상승이 오히려 반가운 일이며, 정책 의도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머징 국가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내수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 위험이 없는 가운데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을 같이 받아야 하므로, 의도보다 더 높은 물가 상승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작년 상반기부터 많은 국가들이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호주와 브라질, 인도 등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긴축은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지난해 물가가 성장을 억제할 정도로 큰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정상화를 진행하면서 선제적 대응을 해왔다. 통화정책이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오히려 시장의 기대보다도 훨씬 더 느린 속도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이 미리 형성해 놓은 물가 방어 기재, 즉 상대적으로 높았던 단기·중기금리마저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

아마도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고 중소기업 이자 부담도 줄여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외국인 채권 매수가 늘어난 가운데 수출 기업을 위해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한국은행의 이런 결정은 지금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책금리를 올린 국가들 때문에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지만 정작 이제부터 문제는 내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다.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면 느리지만 안정적인 경제와 자산가격 움직임이 나타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기적으로는 화려하지만, 이후에는 기대하지 않던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