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을 덮친 구제역 쓰나미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축산농민들과 함께 눈물을 삼키며 방역과 매몰에 나서면서 공무원들도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나라에 재난이 생기면 공직자가 앞장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 달 넘게 격무가 지속되면서 파김치가 됐다. 실제 경북 안동시의 40대 직원이 이동통제초소 근무 중 숨진 데 이어 경북 영양군 30대 직원이 방역 중 작업차량에 깔려 사망했다. 경기 파주시의 한 공무원은 작업 중 손가락이 잘렸다. 눈이 많이 내렸던 4일 밤에는 경북 고령군의 40대 여직원이 집에 가지 못하고 초소에서 근무하다 쓰러져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구제역대책특위 간사인 김영우 의원(경기 포천-연천)이 도살처분에 관여한 포천·연천지역 공무원 211명을 대상으로 3∼6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4.2%(30명)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다. 71.7%(150명)는 수면장애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특히 구제역이 시작된 안동시의 경우 전체 공무원 1500여 명이 모두 죄인이 된 심정이다. 영하의 날씨가 추운 게 아니라 ‘안동 사람’ ‘안동 특산물’ ‘안동 하회마을’도 구제역 탓에 썰렁해지는 분위기가 더 춥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한 달째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다. 매몰 현장에 갈 때마다 축산농민과 공무원들이 함께 울면서 소 돼지를 매몰 구덩이에 던져 넣는 모습에 울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안동의 소 돼지 18만 마리 가운데 80%가 땅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구제역이 엄청난 피해를 낳고 있지만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정신으로 구제역 방어에 앞장서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멀리서나마 박수라도 보내줬으면 한다.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