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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새별 새꿈] ‘3단 고음’ 인기몰이 가수 아이유

입력 | 2011-01-07 03:00:00

“노래 따라 다른 창법… ‘좋은 날’ 또 오겠죠”




아이유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항상 가사를 곱씹어보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연습해서 어울리는 톤으로 불러야지, 개성대로만 부르는 건 좋지 않다”고도 했다. 튀는 개성으로만 승부하려는 시대에 ‘내용’과 ‘어울림’을 숙고하는 그의 자세가 오히려 신선하다. 사진 제공 로엔엔터테인먼트

《전주가 나오기 10여 초 전. 관객석에선 굵은 남성들의 함성이 먼저 터진다. “아.이.유.의. 좋.은. 날. 레.알.대.박!” 아이유의 ‘좋은 날’ 무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010년 12월 둘째 주부터 ‘좋은 날’은 소리바다 벅스 멜론 등 음악 사이트에서 3주간 주간 차트 1위를 유지했다. 해가 바뀌어도 주간 차트 10위권 내에 들고 있다.

음반 활동과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 새로 시작한 드라마 ‘드림 하이’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아이유를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만났다. 아이유는 프로농구 경기 시구를 마친 뒤 과자로 허기를 달래던 중이었다.

“이렇게 단기간에 사랑을 많이 받을 줄 몰랐어요. 이번 노래가 귀엽고 깜찍한 콘셉트라 남자 팬이 많아졌어요, 히히.” 피곤하다면서도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에 기운이 넘친다.

그는 2008년 발라드곡 ‘미아’로 데뷔했을 땐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무대가) 좀 심심했었나 봐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넘긴다. “아직 어리니까, 기회가 앞으로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 “가수는 노래에 자신을 맞춰야”

아이유가 주목받은 건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 뒤. 아이돌 그룹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유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자 ‘실력파 가수’란 타이틀이 붙으면서 인기가 올라갔다. 그 뒤 아이돌 그룹 ‘2AM’의 멤버 슬옹, 가수 성시경과 듀엣으로 부른 ‘잔소리’와 ‘그대네요’가 히트하면서 인지도가 올랐다.

지난해 가요계를 휩쓴 아이돌 그룹의 열풍 속에 아이유는 강렬한 춤도, 무대를 든든히 채울 멤버도 없이 홀로 무대에 섰다. 그가 가장 큰 무기로 삼는 것은 노래. 실제로 아이유는 ‘좋은 날’의 이른바 ‘3단 고음’이 인터넷 댓글과 트위터 등을 통해 화제가 됐고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연달아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아이유를 윤상 유희열 윤종신 등 선배 가수들은 입을 모아 “앞으로가 기대되는 가수”로 꼽는다.

“처음에는 색깔 없는 목소리란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들었을 때 기분 좋은 목소리도 아니고, 개성 있는 목소리도 아니라고요.” 아이유는 연습생 때 좋아하는 가수 거미처럼 허스키하게 노래를 불렀다고 말한다.

“그러다 ‘오리지널 거미가 있는데 누가 네 목소리를 좋아하겠냐’는 이야기를 듣고 허스키한 부분을 줄이고 밝은 톤으로 노래 연습을 많이 했죠.”

그는 목소리에 개성이 없다는 지적에 “노래마다 다 다르게 부를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고 대답했다.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가수가 연습해서 어울리는 톤으로 불러야지, 개성대로만 부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장르 관계없이 도전할 것”

아이유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항상 가사를 곱씹어보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연습해서 어울리는 톤으로 불러야지, 개성대로만 부르는 건 좋지 않다”고도 했다. 튀는 개성으로만 승부하려는 시대에 ‘내용’과 ‘어울림’을 숙고하는 그의 자세가 오히려 신선하다. 사진 제공 로엔엔터테인먼트

아이유가 들려준 가수 윤상과의 일화.

“예전에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넌 겁이 없어서 마음에 든다’고요. ‘다른 가수들은 이 노래가 나에게 어울릴까를 놓고 고민하는데 넌 안 어울려도 한번 해보겠다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요.”

무대 뒤에선 떨리지만 막상 팬들 앞에 서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아이유는 “어릴 적부터 대범했다”고 말했다. “유치원 때 웅변대회 같은 걸 하면 가장 먼저 하겠다고 손들었대요. 그때부터 엄마가 ‘넌 무대 체질’이라고 하셨죠.”

인기몰이 중인 ‘좋은 날’의 무대는 남자 댄서와 호흡을 맞춰 한 편의 뮤지컬처럼 꾸몄다. 솔로 가수로서 무대를 장악하기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다. “좋아하는 오빠에게 고백을 못해 부끄러워하는 내용의 가사처럼 상황을 꾸미고 직접 카메라를 보고 표정연기 하는 게 재미있어요. 가사에 감정 이입도 잘되고요.”

그는 새 노래를 받으면 가사를 곱씹어보며 생각을 거듭한다. 가사에 담긴 감정을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매개체는 책이라고 했다.

“기욤 뮈소, 알랭 드 보통, 공지영, 박광수의 책들을 좋아해요. ‘아! 내가 느낀 걸 이렇게 표현했구나!’ 하고 한 번 더 읽어보게 되는 부분들이 있죠.” 인터뷰 순간 떠오르는 책은 공지영의 에세이집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아이유는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지만 이걸 정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10대인 만큼, 앞으로 노래 부를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고 보완할 점도 많다는 것.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마음도 편해지고 목소리가 더 잘 나와요.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려면 춤도 더 연습해야 하고요.”

이야기가 쉴 새 없이 나온다. “장르 구분 없이 다 부르고 싶어요. 특히 조원선 선배의 ‘아무도, 아무것도’는 리메이크해 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좀 더 무겁고, 축축한 목소리로 부를 수 있게 노력해야겠죠.”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