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의 욕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 제공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이다. 기업 간 경쟁이 격해지고 경영 환경 역시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는 가운데 최근 경영학계에서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DBR 그래픽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의 욕구(needs)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 제공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윤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으로 정의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customer value creation)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획득하게 해 주는 수익모델(profit model) △ 앞의 두 가지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구조(organizational arrangement) 등 세 요소로 구성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이들 세 요소 간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되고 완성된다.
언뜻 보면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strategy)이 비슷한 개념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외부 환경이 안정적이었던 시기에는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이 유사한 개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독립 분야로 다뤄지고 있다. 같은 사업 분야에서도 끊임없이 가치를 창조하고 이윤을 획득하는 게 중요해졌다. 또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거나 여러 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운영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전략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고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경쟁 우위와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선택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하지만 닌텐도 위(Wii)는 비(非)고객을 재발견했다. 기존 게임기 업체의 고객은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의 남성이었다. 대부분의 게임회사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를 염두에 두고 이 회사들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쳇바퀴 경쟁’을 했다. 하지만 닌텐도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체 인구 대다수는 왜 게임을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으로 화려한 그래픽과 복잡한 내용을 없애는 대신에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비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려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구매 의사 결정의 잣대인 성능(performance)은 기술 발전 등에 따라 다양한 속성을 지니면서 진화한다. PC산업의 경우 초반에는 연산을 빠르게 제대로 수행하는지와 관련한 기능성(functionality)이 중요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대부분의 PC가 일정 수준의 기능성을 갖추게 되면서 PC가 다운되지 않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신뢰성(reliability)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후 고객이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쉽게 변경할 수 있는지, 제품이 시장에 얼마나 빨리 나오는지, 제품을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의 편의성(convenience)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다. 이처럼 경쟁의 근간이 되는 성능의 속성을 파악하고 진화 과정을 정확히 짚어내야만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도 이익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주요한 성공 요소다.
예컨대 비디오 게임기기 산업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면도기-면도날의 관계로 표현되는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특정 회사의 면도기를 한 번 구입하면 소모품인 면도날을 구입할 때 대부분 해당 기업의 면도날을 산다. 비디오 게임기기 업체들도 게임기보다는 소프트웨어 판매로 수익을 거둔다.
유럽의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도 독특한 수익 모델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했다. 라이언에어는 대도시의 큰 공항이 아니라 해당 도시에서 약간 떨어진 작은 공항을 이용했다. 이와 함께 항공사들이 공항에 비용을 지불하고 공항을 사용하던 관행을 뒤집었다. 공항으로부터 돈을 ‘받고’ 공항을 이용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든 것이다. 규모가 작은 공항에 이용객이 많아지면 공항은 음식점 같은 부대시설을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공항 시각에서는 라이언에어에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있었다. 따라서 라이언에어는 일정 규모의 승객을 공항에 끌어오겠다는 계약을 체결하고, 승객을 끌어오지 못하면 항공료를 내려서 해당 도시에 방문할 계획이 없던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조직 구조를 비즈니스 모델과 잘 정렬(align)시켜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실행할 수 있다. 고심 끝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해도 기존 조직과 조화되지 못해 실행에 실패한 기업이 적지 않다.
기존 조직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잘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기존 조직에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한다면 직원들 간 회의론이 형성되기 쉽다. 게다가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는 조직이 서둘러 이익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눌려 현명하지 못한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때에는 성과 평가와 작업 방식, 시스템 등의 기준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성숙해져가면서도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을 ‘백발의 혁명가’라고 칭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로 언급됐던 닌텐도마저 전성기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성공을 거듭할수록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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