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전방위 로비… 해외도피 시킬만큼 강한 파괴력?
○“전직 경찰총수가 범인 도피 권유”
서울동부지검은 강 전 청장이 지난해 8월경 ‘함바집’ 브로커 유 씨에 대한 고소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4000만 원을 주며 해외에 잠시 나가 있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했다는 유 씨의 진술에 따라 내주 초 강 전 청장을 소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당시 유 씨는 건설업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한 상태였다. 서울동부지검은 9월경부터 함바집 로비 사건을 내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이 고소사건 수사과정에서 자신의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유 씨를 도피시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상황에 대해 함구해온 검찰은 이날 “도피를 권유한 정황이 일부 나왔다”며 이례적으로 혐의 일부를 확인해줘 눈길을 끌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직 경찰 총수의 범인 도피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병철 울산경찰청장과 양성철 광주경찰청장 등 치안감급 현직 간부를 포함해 전현직 10여 명의 경찰 간부들이 청탁이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경찰은 초긴장 상태다. 검찰은 “유 씨가 다른 경찰 간부들에게도 룸살롱이나 골프 접대 등 향응을 수시로 제공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말경 서울동부지검 관계자가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보물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대형 ‘로비 스캔들’이 정초부터 터졌다.
○정관계에도 줄 대기
유 씨가 이름을 바꿔가며 후원금을 납부한 국회의원만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주위 사람들에게 과시하기도 했다. 유 씨가 민주당 조영택 의원에게 500만 원,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의 지역구(통영) 문화단체에도 기부금을 각각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도 로비를 위한 ‘씨’를 심어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편 전직 장관 L 씨는 자신의 동생 명의 계좌로 1억5000만 원이 입금된 것과 관련해 “동생이 건설업자와 돈거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와는 무관하다”고 연관성을 부인했다. L 씨의 동생은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씨를 2000년 초반에 알게 됐고, 아파트 중도금이 모자라 유 씨한테서 1억5000만 원을 빌렸다가 모두 갚았고 지금은 내가 받을 돈이 1억3000만 원이나 된다”며 “내가 유 씨에게 형님을 소개시켜 준 적이 있지만 금품거래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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