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은 적게 자유는 많이 엄마는 친구이자 선생님”
2010년 중국 출판계를 되돌아볼 때 눈에 띄는 책 중의 하나가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好媽媽勝過好老師)’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80만 권이 팔렸고 당시 전국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으며 연말까지는 약 200만 권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자녀 교육서 분야에 중국인이 쓴 책으로는 단연 최고 기록이다. 이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 인젠리(尹建莉)씨는 베이징사범대 교육학 석사 출신의 여성으로서 가정교육 문제 연구 및 상담 전문가로 일해 왔다. 그가 딸을 키우면서 쓴 16년간의 교육일기가 이 책의 바탕이 됐다. 이론에 실전을 접목해 탄생시킨 책이다. 저자의 딸 위안위안(園園)은 2007년 16세 때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자녀에게 독립과 자유를 주라고 역설한다. 간섭은 적을수록 좋고, 최선의 가정교육은 단순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엄마는 자녀의 좋은 친구이자 선생님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년 8월 월스트리트저널 중문판은 서평에서 이 책의 주장은 중국의 전통적인 교육관과 배치되는데도 이토록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것이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저자의 이런 교육철학은 중국 사회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 치링허우(70後·1970년 이후 출생자), 바링허우(80後·1980년 이후 출생자) 세대들이 부모가 된 것이다. 치링허우, 바링허우는 개혁개방 아래 풍요를 만끽하면서 자란 과거의 소황제였다. 이들은 이제 자신의 소황제에게 다른 교육을 희망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개혁개방 전 교육은 부모의 권위를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현실에서 써먹기가 좋다. 실제로 엄마가 어떻게 아이를 돌봐야 하는지, 책은 어떻게 읽게 할 것인지, 학교 공부는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좋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품성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책이 출간되기 전 저자는 완전한 무명이었다. 이 책도 많은 출판사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한 뒤 나왔다. 당시 ‘노다지’를 몰라본 출판사들은 땅을 칠 일이지만 책의 내용이 전통적인 교육관과 크게 다른 것이 거절의 한 이유였을 듯싶다. 물론 현재 저자는 추천사 한 편을 쓰는 데도 상당한 액수를 받는 중국의 유명 작가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