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으로 대학 간다? 환상적으로 들리는 말이지만, 취미활동만 즐겁게 하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다는 장밋빛 얘기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대학은 결코 취미만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뽑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성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능력과 잠재력을 본다는 사실이다. 취미활동을 하더라도 거기서 얻은 전문성을 대학이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이 관건인 셈이다. 자, 어떻게 하면 취미활동을 진정한 ‘스펙’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생생한 조언과 합격생들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시조창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 이진주 양.
대전 지족고 3학년 이진주 양(19·대전 유성구). 그는 고1 때 ‘시조창’(시조에 음률을 붙여 노래로 부르는 것)을 접한 뒤로 취미삼아 부르기 시작했다. 특별활동과 방과후학교 시간에 시조창을 연습해 전국시조경창대회와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수상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당초 시조창을 전공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아픈 할머니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어릴 적부터 키워온 간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학과로 진학할 계획이었다.
간호사의 자질을 기르기 위해 이 양은 고2 때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그때 이 양의 취미활동이 빛을 발했다. 복지시설에 있던 북과 장구를 직접 치면서 멋들어진 시조창을 장애인들에게 들려주고 가르쳐 준 것이다.
이 양의 사례처럼 취미를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같은 교내외 활동과 연결시켜 활용해보자. 그저 사적(私的)인 수준에 그치는 취미활동은 자신의 특기나 관심이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생산해 내는지를 입증하지 못해 입학사정관전형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대 차정민 입학사정관은 “취미활동을 전공과 직접적으로 연계시키기 어렵다면 다른 활동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학생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 켜기가 취미였던 의대 지원자의 경우,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연주를 들려주는 봉사활동이 진정성 있고 창의적인 활동으로 평가받았다는 것.
펀드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외부 활동에 참여한 김다솜 양.
이에 대해 건국대 송연화 입학사정관은 “취미활동이 관심 수준에 그치지 않고 경제계 인사와의 교류 같은 적극적인 활동으로까지 이어진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취미로 로봇그림 그리기를 즐기던 이준영 군은 기계그림 포트 폴리오를 만들어 건국대 기계공학부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임진택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대학은 취미활동 자체만으로 학생을 뽑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으로 인한 성취와 성과에 주목한다”고 조언했다. 취미활동을 즐기는 수준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특기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예컨대 애완동물 키우기가 취미인 학생이라면 관찰일지를 쓴다거나 외국 전문사이트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정리해 볼 수 있다. 취미 분야에서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가 수준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도 방법.
경희대 호스피탈리티경영학부에 합격한 경남 세종고 김성림 군(19)은 취미로 요리를 하다 한식, 양식 조리기능사 시험에 도전해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운영의 꿈을 밝힌 그는 사정관들에게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아 합격했다.
건국대 기계공학부에 합격한 서울 로봇고 이준영 군(19)도 마찬가지. 로봇 그리기가 취미였던 이 군은 기계 그림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제출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학자이면서 화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상시키며, 탁월한 로봇디자인 능력이 기계도면 설계 시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였다.
임 회장은 “많은 학생이 ‘신문 스크랩이 취미’라며 아무런 맥락도 없이 신문 스크랩 자료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는 등 활동 자체만을 어필하려 한다”면서 “그보다는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또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