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갱신하지 않은 가구 처리 달라… 통계청 ‘예전대로’-국민銀 ‘시세대로’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전세금은 지난해 10∼12월 각각 전월 대비 0.8%, 1.0%, 0.7% 올랐습니다. 작년 한 해 전체로는 평균 7.1%나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통계청 수치는 전세금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같은 기간 각각 0.2%, 0.3%, 0.4% 상승해 작년 한 해 2% 남짓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두 기관의 수치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전세금을 조사하는 목적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민은행 조사는 주택경기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전세가격의 시세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 통계청의 전세조사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만들기 위해 생계비 측면에서 실제 가구가 부담하는 전세가격 변동을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에 전세계약을 했고 이후 주변 전세가격이 1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고 합시다. 국민은행은 주변 시세에 맞춰 이 집의 전세수준을 1억5000만 원으로 조사합니다. 반면 통계청은 실제 소비자 부담액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1억 원으로 보는 것이죠. 이 때문에 통계청의 전세조사는 체감하는 전세금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새로 전세를 얻을 때에도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교적 시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국민은행 자료도 한계는 있습니다. 이 지표는 전국 142개 시군구의 주택을 모집단으로 해 통계 추출한 2만355개(아파트1만6530개, 단독주택 2208개, 연립주택 1617개)를 조사대상 표본지로 선정해 2008년 12월을 기준시점으로 가격지수를 산출합니다. 문제는 실제 면접조사가 아닌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보내주는 호가를 기준으로 작성돼 실제 시장가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작성되는 국민은행의 ‘매매가격지수’도 마찬가집니다.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중개업소의 호가에만 의존하다 보니 가격이 오를 때는 실제보다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고 가격 하락기에는 실제보다 가격이 덜 떨어진 것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해양부는 부동산 거래 후 신고된 내용을 토대로 거래동향과 부동산 실거래가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거래가는 거래 후 6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돼 있어 당장의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지난해처럼 거래가 실종된 상황에서는 급매물로 거래되는 일부 단지의 실거래가로 전체 가격동향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부동산시장 심리지수를 개발해 올해 하반기부터 발표할 계획입니다. 올해부터는 수도권 월세가격동향조사 시스템을 구축해 서민들의 관심이 높은 월세 가격동향도 주택 매매가나 전세금처럼 매달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계가 부실하면 정부의 시장파악과 각종 부동산 대책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같은 공신력 있는 주택지수가 빨리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