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고 넘어지고… 4시간만에 ‘고고 씽’
《기자의 고향은 울산. 대학 입학으로 서울에 올라올 때까지 18년 동안 눈을 딱 한 번 봤다. 이러니 겨울스포츠는 TV에서나 보는 남의 나라 얘기. 20대 후반에 스키와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다. 그런 기자가 생경한 겨울스포츠 체험에 나섰다. 국내에선 아직 낯선 스노스쿠터(snow scooter). 두려웠다. 그래도 스쿠터란 단어를 떠올리며 눈 덮인 산길을 질주하는 멋진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뿔싸. 착각이었다. 스노스쿠터는 쉽게 말하면 ‘스노보드+자전거’. 모터는 없다. 스키와 스노보드처럼 경사면에서 커브를 그리며 내려와야 한다.》
○ 눈 위에 서다. 아니 넘어지다
김동욱 기자(왼쪽)가 제이케이스포츠 하재규 사장의 지도로 스노스쿠터에 올라 중심 잡기를 연습하고 있다(위). 김 기자는 슬로프를 내려오다 여러 차례 눈밭을 뒹굴고 때로는 전망에 부딪치기도 했다.광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다음은 정지 동작. 스노스쿠터는 브레이크가 없다. 진행 방향에서 90도 좌우로 틀어야 정지가 된다. 왼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앞보드가 왼쪽으로 간다. 그 뒤 발판에 두 발을 얹은 상태에서 왼발에 무게를 두면 뒷보드가 왼쪽으로 틀어지면서 진행 방향에서 90도가 되며 멈춘다. 말은 쉽다. 실제로 해보니 멈추기는커녕 45도로 계속 나아갔다. 비틀거리다 넘어지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하 사장이 “핸들을 먼저 돌리고 발판을 누르는 힘을 조절해야 된다”고 말했다.
○ 눈 위를 달리다. 아니 구르다
본보 김동욱 기자가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스노스쿠터 체험에 나섰다. 광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타기 전부터 넘어지는 연습이라니. 먼저 시범을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넘어져도 핸들을 놓지 않는 것. 성치 않을 몸을 생각해 머뭇거리자 “넘어지는 연습을 해야 실제로 넘어졌을 때 크게 다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3, 4m 내려가다 왼쪽으로 틀어 넘어졌다. ‘어!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네.’ 핸들과 프레임이 먼저 지면의 충격을 흡수해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은 덜했다. 몇 번 넘어지자 요령도 생겼다. 그렇게 넘어지면서 스노스쿠터를 타고 처음으로 슬로프를 완주했다. 500m 거리를 내려오는 동안 넘어진 횟수는 세다 말았다. 김 씨가 환한 웃음을 띠고 말한다. “다시 올라가죠.”
두세 번 내려오자 자신감이 붙었다. 호기심에 가득한 사람들의 시선도 받았다. 얼마나 물어보는 사람이 많던지. 점심 식사 뒤 중급자 코스에 도전했다. 스노스쿠터는 팔목과 손목 힘이 필요한 운동. 핸들을 눌러줘야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이 되고 안정적인 커브가 가능하다.
역시나 중급자 코스도 구르면서 내려왔다. 물론 내려오는 길이 더 길고 경사가 급한 탓도 있다. 한참을 쉰 뒤 다시 도전했다. 팔목의 힘이 돌아오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슬며시 속도도 내봤다.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스노스쿠터 기술 중 중요한 것은 ‘업앤드다운(up and down)’. 커브를 돌 때 무릎을 굽혀 최대한 자세를 낮춘 뒤 일어서는 동작을 취해야 안정적으로 탈 수 있다.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입에선 딴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한 번 더 타죠.” 어느새 즐기고 있었다.
광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스노스쿠터 (snow scooter)란? ::
자전거와 같은 프레임에 앞뒤 2개의 독립된 보드가 붙어 있다. 안장 없이 양 다리를 가지런히 하여 프레임 위에 놓인 데크에 올리고 선 상태로 핸들을 좌우로 움직이며 나아간다. 유럽, 캐나다, 일본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다. 스노스쿠터는 전량 수입되며 가격은 120만∼800만 원이다. 초보자도 반나절만 배우면 탈 수 있고 스노보드보다 부상 위험이 낮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