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해.”
“왜?”
왜…라니.
보통은 쑥스러운 듯 입맛을 다시면서 “그냥” 또는 “당신이니까”라고 두루뭉술하게 답해 버릴 반문이다. 하지만 13일 개봉하는 ‘러브&드럭스’(18세 이상)는 이 적당한 대답이 무책임하고 무성의하며 비겁한 변명일 뿐이라고 냉랭하게 쏘아붙인다. 처음 함께 영화관을 찾아 달달한 분위기의 로맨스 영화를 즐기려 한 커플이라면 “연인들에게 사랑을 처방해 드린다”는 홍보 문구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편이 좋다. 사랑과 이별을 몇 번 건너 본 성인 남녀, 십수 년쯤 함께 살아온 부부가 둘이 함께 보거나 혼자 관람하기 적당하다. 옆자리의 이 사람과 나의 삶을 엮어놓은 것이 사랑인지 정(情)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새삼 헤아려 볼 계기가 될 것이다.》

도입부는 달콤하지만 시시한 로맨틱 코미디. 하지만 뒤로 갈수록 가볍게 달려든 관객의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그 사람을 왜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선뜻 명쾌하게 답할 수 있다면 예외겠지만. 사진 제공 숲
‘첫눈에 반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에 반했다는 걸까. 말 그대로 첫 ‘눈에’ 보인 얼굴, 외모인 것이 당연하다. 제이미와 메기도 마찬가지. 각기 쌓은 연애 내공이 만만찮은 두 사람은 짤막한 첫 스침에서 포착한 상대방의 매력을 며칠 뒤 카페에 마주 앉아 3분 남짓 확인한 뒤, 더 볼 것 없다는 듯 서로를 끌어안고 마음껏 탐닉한다.
병으로 몸과 정신이 서서히 망가져 가는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나를 원해? 왜? 뭘 증명하고 싶은 건데? 날 사랑하려면…, 병이 나을지 확인이 필요해?”
고민에 빠진 이 남자에게, 병으로 몸과 정신이 망가진 아내를 평생 돌본 한 노인이 말한다.
“빨리 좋게 끝내고 건강한 여자를 만나요. 나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다시 겪긴 싫거든. 내가 사랑했던 아내의 모든 것이 사라졌소. 고운 심성, 미소…. 진짜 심각한 건, 대소변 문제지.”
결론은 제각각일 것이다. 제이미와 메기는 그들 나름의, 모호하지 않은 답을 찾는다. 그리고 객석의 연인들에게 포기하지 말 것을 응원한다. 알츠하이머를 앓아 기억을 잃으며 죽어가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비슷한 설정의 2006년 작 ‘어웨이 프롬 허’보다는 대중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결말이다. 불구가 된 연인을 무턱대고 끌어안는 지점에서 막을 내려버린 고전로맨스 ‘러브 어페어’와도 비교해서 볼만하다.
단점도 적잖다. ‘아무리 죽을병을 앓고 있다 한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싶은 해서웨이의 지나친 미모가 이야기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최대 약점이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그가 왜 16일 열릴 제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아그라 등 화이자 상품을 간접 광고하는 영화라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사진이나 글로 기록하는 행복한 작업에 잠재된 서글픔을 담담히 보여주는, 어른들을 위한 속 깊은 동화임에는 틀림없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영화 `러브&드럭스` 제이크 질렌홀 속삭임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