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환경대책 먼저 만들어야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도 많은 국민이 찾아가고 있다. 외국을 보면 소득수준이 2만 달러쯤 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 도보체험관광의 수요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황이 도보체험관광이 인기를 끌 시기에 도달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정부 각 부처는 물론이려니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걷기 위한 길을 만들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레길과 둘레길이 인기가 높아져 도보관광객이 급증하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산림청은 2012년까지 총 1000km의 ‘숲길’을 조성한다. 숲길 역시 둘레길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까지 ‘문화생태탐방로’ 1200km를 조성할 계획이다. 문화생태탐방로란 자연과 함께 해당 지역의 문화, 역사를 함께 체험하게 만드는 둘레길의 일종이다. 이들 3개 부처의 계획을 종합하면 앞으로 9년 이내에 전국 고속도로 길이의 63%에 해당하는 2400여 km의 둘레길이 만들어지게 된다.
각 지방자치단체 계획까지 포함하면 거의 고속도로 길이와 맞먹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정부계획은 부처들 간에 경쟁적으로 수립하기 때문에 중복될 가능성이 있고 과잉투자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다. 정부 부처 간 업무조정을 통해 둘레길의 업무를 통합하든지 아니면 부처협의체를 구성해 담당업무와 계획이 중복되지 않도록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도보관광객의 무질서한 행위로 둘레길 주변의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둘레길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용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길이 되기 위해서는 탐방객들이 이용 에티켓을 지켜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둘레길에 시설이 과잉 설치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가능하면 둘레길은 자연 상태의 길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시설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양병이 서울대환경대학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