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시대’에 이어 1987년부터 삼성을 이끈 이건희 회장도 일본을 잘 아는 기업인이다. 와세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틈나는 대로 일본에 가 기업 현장을 찾거나 각계 인사들을 만난다. 지난해 9월 모교인 와세다대에서 받은 명예법학박사 학위는 그가 지금까지 수락한 유일한 외국 대학 명예박사 학위이다.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서는 ‘삼성 다시 보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이 회장의 인식은 냉정하다. 그는 그제 “겉모양은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을 앞서지만 속은 아직까지 (일본을) 따라가려면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일본에서 더 배울 게 많다. 한참 배워야죠”라고 말했다. 경영 복귀 직후인 지난해 4월에도 “삼성이 최근 몇 년간 좋아지고 있지만 일본 기업에는 더 배워야 할 게 있다”며 삼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의 일본관(觀)과 삼성관은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면 언제든지 다시 추락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든 국가든 지나친 자존과 자학은 모두 금물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섣부른 ‘샴페인 터뜨리기’보다는 적절한 긴장감과 위기감을 지니는 편이 건강하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