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기자들과 버스안 환담다음날 동지애 주제 기사로
카타르 도하의 아시안컵 메인미디어센터(MMC)를 방문할 때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있다. 현지 영자 일간지와 잡지 등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취재할 때면 항상 전 세계 각국 기자단의 편의를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제공하는데, 이번 카타르 아시안 컵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현지 영자 일간지로는 ‘카타르 트리뷴’과 ‘걸프 타임스’가 있고, 축구 잡지는 ‘도하 스타디움’이 있다. 이밖에 수많은 신문들이 마련돼 있지만 죄다 아랍어로 쓰여 있어 딱히 활용 가치가 없다.
사연은 이랬다. 하루 전(10일), 도하 인근 알 라이안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의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위해 제공된 미디어 셔틀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며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넨 사우디 일간지 ‘리야드 리야’의 아델 살레 기자와 한국과 사우디 중 누가 더 강한 팀인지를 놓고 한창 대화를 나눴다.
그때 바로 뒤편에 앉아있던 ‘도하 스타디움’의 인도 출신 조지 크리스 기자가 기념 촬영을 해주겠다며 끼어들었다. 아델 기자가 자신의 머리에 쓰고 있던 두건을 쓰고 흔쾌히 사진 촬영을 했다. 그리고 몇 마디를 나눴다.
서로의 영어 회화 실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으며 한국이 유력 우승 후보라는 사실부터 사우디의 약세, 인도 축구의 미래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주제로 그럭저럭 대화를 이어갔다.
이를 크리스 기자가 ‘아시안컵이 국적을 불문한 기자들의 동지애를 형성했다’는 주제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진정한 동지애를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로 스포츠를 좋아하고 굳이 드러내진 않아도 각자의 조국을 사랑한다는 건 확인했다. 아시안 컵 취재를 위해 한국을 떠나온 지 9일째. 서서히 지쳐갈 즈음에 신선함을 가져다준 즐거운 에피소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