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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커버스토리]김수현 “부선장 택연, 요리사 수지, 학자 아이유, 저는…” ①

입력 | 2011-01-13 10:39:45

● '드림하이' 아이돌 동료들 연기력 걱정했지만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 엄마 손에 이끌려 시작한 연기, 나에게 잘 맞는 것 같아
● 남자 아우라, 섹시미 발산 할 서른 살 기대하고 있어




배우 김수현(23)은 "아기같은 얼굴이 콤플렉스"라며 "어서 서른 살이 돼서 남자 냄새 풍기고 싶다"고 했다. 사진 양회성 기자=yohan@donga.com


이 남자 만나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꿈으로 시작한 대화가 어느 순간 그룹 '미쓰에이' 수지 이야기에서 '2PM' 택연으로 넘어간다. 너무도 자연스레 삼천포로 빠지니 말릴 틈도 없다. 그러다 갑자기 "제가 어떤 질문에 답하고 있었죠?"라며 으흐흐흐 소리 내어 웃는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배우 김수현(23)은 인터뷰 내내 종횡무진이었다. 그렇다고 인터뷰가 힘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깔깔거리며 웃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의미 없는 삼천포는 없었고 할 말은 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차강진(고수 분), '자이언트' 이성모(박상민)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명품 아역'으로 불리는 그는 가수를 꿈꾸는 예고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KBS '드림하이'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다. 깡촌에서 태어나 목장 주인을 꿈꾸다 첫 눈에 반한 고혜미(수지)를 따라 기린예고에 진학해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는 송삼동 역이다.

▶ 수지 연기력 논란? 누가 맡았어도 같은 지적 나왔을 것

가수를 꿈꾸는 예고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KBS '드림하이'는 실제 아이돌을 기용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왼쪽부터 김수현, '티아라'의 은정, '미쓰에이'의 수지, '2PM'의 택연, 아이유, '2PM'의 우영. 사진제공 홀림&CJ미디어


-피곤해 보여요.
"밤샘 촬영하고 아침에 잠깐 자고 나왔거든요."

잠을 잘 못 자 얼굴이 부었다며 손으로 뺨을 짝짝 때린다. 한 손에 가려지는 얼굴 크기에 놀라 "그 얼굴이 부은 거라고요?" 했더니 "원래 이렇게 안 생겼다"며 능청을 떤다.

-드라마도 못 보겠네요.
"본방사수 했어요. 방송 시간마다 녹음실에 있었거든요. 1회 방송 때는 JYP 녹음실에서 드라마 삽입곡 녹음했는데 박진영 사장님께서 제 노래를 들으시더니 '안 되겠다. 내일까지 연습해 와' 그러셨어요. 그리고 시계 보니 방송 시작할 시간이라 녹음실에서 봤고요. 다음날도 녹음했는데 방송 시작 직전에 오케이 받았어요. 2회에 박 사장님께서 출연한 장면이 나오다보니 서두르신 것 같아요. (웃음) 9시 50분 즈음 되니 안절부절 못하시면서 '잘 해보자' '한 번 만 더해보자' 더 힘내시더라고요. 55분 즈음에 끝났는데 스튜디오에서 나오고 보니 이미 박 사장님은 안 계셨어요."

-11일 방송된 4회 시청률이 13.4%(TNms 기준)를 기록했어요. KBS 월화 미니시리즈가 초반부터 10%를 넘긴 것은 오랜만이에요.
"만족할 정도만 나왔으면 싶었어요. 마음을 비우고 봤더니 저도 재밌던데요. 초반엔 제 분량이 적어서 그랬는지 마음이 편했어요."

송삼동은 정하명 이사장(배용준)의 추천으로 기린예고에 입학하게 되는 특채생. 입학식이 열리는 3회부터 본격적으로 출연했다.

-혜미 역을 맡은 수지의 연기력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해도 되나" 고민하더니 "할 말은 해야겠다"며 자세를 다잡았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수지는 아이돌이고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고, 첫 연기에요. 그런데 1, 2회는 혜미만 꽉 차게 나오죠.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수지가 아니라 누가 혜미를 맡았어도 같은 지적이 나왔을 것 같아요."

또 "수지는 대본 연습이 스케줄로 잡혀있는데도 다른 스케줄 전후로 시간을 내 연습실에 와서 연습하는 노력파"라며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막 말을 시작한 단계다. 볼 때마다 발전해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 연기 초짜 아이돌 캐스팅 소식에 불면증 생겨

김수현은 \'드림하이\'에서 깡촌에서 태어나 목장 주인을 꿈꾸다 첫 눈에 반한 고혜미(수지)를 따라 기린예고에 진학해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는 송삼동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 홀림.


-출연진 모두가 아이돌이에요. 수현 씨만 '정통' 연기자죠.
"사실 캐스팅보고 부담이 많이 됐어요. 첫 주연인데 정상의 아이돌들이 출연하니 자칫하면 소리 없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어 겁도 났고요. (웃음) 이 친구들과 어떻게 드라마를 만들까 걱정도 했었는데 모여 보니 이미 잘 하더라고요. 아이돌이다보니 카메라 보는 법도 알고 있고 성장속도가 빨라요. 이미 톱스타들이니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잖아요. 연습 시간도 충분하지 않을텐데 그런 것을 보면 이런 게 끼구나, 조금만 갈고 닦으면 무섭게 성장하겠구나 싶어요."

'드림하이'는 그룹 '미쓰에이'의 수지, '2PM'의 택연과 우영, '티아라'의 은정, 아이유 등 실제 가수들을 기용했다. 무대에선 가장 '핫'한 아이돌이지만 연기력은 입증되지 않은 '초짜'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캐스팅 직후에는 불면증까지 있었단다.

"'이 친구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까' '내가 말을 하기 위해 힘을 얻으려면 뭘 해야 하지' 등 생각이 많다보니 불면증이 생겼어요. 그러다보니 새벽에 '드림하이'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은 드라마 녹음 끝내고 나왔더니 눈이 쌓여있었어요. 기분이 좋아서 눈도 밟고 '소녀 감성'을 느끼다 집에 갔죠. 친구들에게도 '날이 밝으면 우리 모두 눈을 밟고 소녀가 됩시다 -차가운 눈에 상처받은, 마음이 휴지 같은 송삼동-' 이라고 보냈어요. 그랬더니 택연이 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제가 새벽마다 이상한 문자를 보낸다고…."

'이상한 애'로 찍힌 것이 아직도 억울한지 주먹까지 불끈 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문자보고 픽 웃으며 힘내라는 뜻"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새벽 문자'도 소개했다. 해적선을 타고 다니며 모험하는 일본 만화 '원피스'를 보고 있었는데 "왠지 문자를 보내고 싶어지는 새벽이 되니 친구들이 생각났"단다. 그래서 '드림하이'를 해적선에 비유해 문자를 날렸다.

"'우리가 '드림하이'라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왔다. 시청률에 따라서 신세계로 나갈 수도 바다에 침몰할 수도 있다'로 시작해 선장은 이응복 감독, 부선장은 택연, 수지는 요리사, 우영인 악사, 은정은 의사, 아이유는 학자로 통보했어요. 저는 항해사고요."

택연을 부선장으로 정한 이유를 묻자 "크니까요!"란다. 우영은 춤 출 때 가장 멋져서, 은정은 다리를 다쳐 의사와 가장 가까우니, 아이유는 18살답지 않은 '독한' 눈빛을 떠올리며 역할을 정했다고. 수지는 요리사로 지정되자 'ㅋㅋㅋㅋㅋㅋ 만날 라면만 먹어!'라고 답장을 보냈다며 웃는다.

"대본 리딩할 때면 감독님께서 삼동이부터 찾으세요. 친구들하고 대사 맞춰주고 연습 도와주란 뜻이죠.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제가 말이 가장 많아요. 그런 역할이 배에서 방향을 지시하는 항해사랑 비슷한 것 같아요."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 ②편 "글로벌스타 'K'는 송삼동 몫이죠"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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